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23일 출간한 회고록 '107일'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차기 대선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특히 "관세는 일반 미국인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라며 트럼프의 핵심 경제정책을 정면 공격했다.
해리스는 책에서 지난해 선거 후 '관세란 무엇인가', '내 투표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검색어가 급증했다고 언급하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결국 수입품 가격 상승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신의 주머니만 불리고 부유층만 더욱 풍족하게 만들 뿐, 중산층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으며 서민층의 처지는 더욱 악화시켰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해리스는 "해병대와 전투부대가 민간인을 상대로 거리에 배치됐다"며 "법무부는 트럼프의 정치적 반대자 명단을 추적하고 있고, 경찰을 습격한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참여자들과 펜타닐 판매업자 로스 울브라이트, 다수의 세금 포탈자 등 트럼프 지지세력은 사면 혜택을 받아 석방됐다"고 주장했다.
대외정책 부분에서는 트럼프가 국제 우호관계를 해치고 이민자 공동체에 두려움을 확산시켰다고 비판했다. 또한 질병 및 기후변화 대응 연구가 중단되고 메디케이드 등 의료복지제도가 손상됐으며, 대학의 학문적 자유가 제약받았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해외 정상들이 트럼프에게 아부와 술수, 특별대우로 접근했다"며 외국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까지 비판했다.
책 제목인 '107일'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인지능력 논란과 건강 우려 속에서 선거경쟁에서 물러난 뒤, 해리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선거운동을 전개한 기간을 나타낸다. 해리스는 패배 직후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며 "이건 현실이 아닐 것이다. 만약 현실이라면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고 회상했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스는 "민주주의와 나의 품위, 그리고 우리의 미국 비전을 신뢰하고 응원해준 7천500만 명 이상의 국민을 위해 개인적 심리적 혼란을 극복하고 해야 할 일을 수행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 과업 중 하나로 해리스는 트럼프가 저버렸던 평화적 권력 승계의 전통을 복원하는 것이었다며, 트럼프 당선인에게 패배 시인 전화를 걸어 "공평한 선거였다"며 "전체 미국인을 위한 지도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고 기록했다. 당시 승리의 환희에 빠져있던 트럼프는 "친절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또한 해리스에게 "당신은 강하고 영리한 분이다. 이는 존경심을 담은 말이다. 당신의 이름 역시 아름답다. 이제 익숙해졌다. 카멀라"라며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했다고 해리스는 기억했다.
상원의장 자격으로 경쟁상대였던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확정해야 했던 일 또한 자신이 수행한 가장 어려운 임무 중 하나였다고 해리스는 적었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이 2020년 선거 결과에 불복했던 상황과 관련해서는 "트럼프는 선거를 무효화하려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고, 권력의 평화적 이양을 저해하며 국민의 의사를 거부했다"며 "나는 헌법을 보호하고 지켜나가겠다는 맹세를 이행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고록 발간을 기점으로 해리스 전 부통령은 전국 순회 도서 홍보 투어와 각종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공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트럼프를 겨냥한 차기 대선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