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유엔 총회 고위급 주간을 맞아 미국 뉴욕에서 통신망 마비를 목적으로 한 대규모 네트워크 장비가 발견되어 당국이 긴급 해체 작업에 나섰다.
미 대통령 경호업무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은 23일 유엔 총회장을 중심으로 반경 56킬로미터 권역 내 다수 지점에서 심카드 10만여 개와 서버 300대 이상으로 구성된 통신 방해 시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네트워크는 분당 최대 3천만 건의 메시지를 익명으로 일괄 전송하여 지역 통신망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규모였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비밀경호국 뉴욕 지부의 맷 맥쿨 책임자는 "현장 급습 당시 심카드와 서버 장치들이 대량으로 쌓여 있었으며, 이미 가동 중인 장비 외에도 추가 배치 대기 중인 서버들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국이 공개한 현장 사진에는 사무실 벽면 전체가 심카드가 장착된 서버들로 빼곡히 채워진 모습이 담겨있다.
이번 수사는 올해 초 백악관과 비밀경호국 고위직들을 표적으로 한 전화 위협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뉴욕타임스는 비밀경호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소 하나 이상의 외국 정부가 해당 심카드 장비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유엔총회와 관련한 통신 차단 계획 여부도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당국은 현재 포렌식 분석을 통해 압수된 장치들의 통신 기록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비밀경호국은 "예비 분석에서 국가 차원의 위협 주체들과 연방 수사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인물들 간의 휴대폰 연락이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션 커런 비밀경호국장은 "이번 수사는 잠재적 위협 세력들에게 우리 보호 대상들에 대한 어떠한 위협도 즉각 수사되고 추적되며 분쇄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이 네트워크가 우리나라 통신 인프라에 가할 수 있었던 혼란의 규모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전직 백악관 및 FBI 사이버보안 담당자였던 앤서니 페란테는 "직관적으로 보면 첩보 활동을 위해 구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네트워크 교란을 넘어 도청 목적으로도 활용 가능한 시설"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규모 장비를 조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로는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