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엔 향해 '맹공격'…"내가 전쟁 해결할 동안 연락 한 통 없어"

2025.09.23
트럼프, 유엔 향해 맹공격…"내가 전쟁 해결할 동안 연락 한 통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의 무능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2기 집권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이 글로벌 위기 해결에 실패했다며 강도 높은 질책을 가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나는 7개월 만에 종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7개 분쟁을 해결했다"면서 "어떤 정상이나 수반도 이런 성과를 이뤄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캄보디아-태국, 코소보-세르비아, 콩고-르완다, 파키스탄-인도, 이스라엘-이란, 이집트-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간 갈등 해결을 자신의 업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트럼프는 분쟁 중재 과정에서 유엔의 무관심을 강하게 질타했다. "유엔이 담당해야 할 임무를 제가 대행해야 했다는 사실이 유감"이라며 "모든 상황에서 유엔은 지원을 제공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분쟁 타결에 협력하겠다는 유엔의 연락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유엔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도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유엔은 막대한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전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엔이 수행하는 업무는 경고성 공문 발송이 전부이며, 이후 대응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공에 떠도는 말만으로는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며, 분쟁 종료의 유일한 수단은 실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들도 유엔 비판의 소재로 활용했다. 연설 초반 텔레프롬프터 고장으로 원고를 직접 읽어야 했던 트럼프는 "유엔에서 제공받은 것은 중간에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와 작동하지 않는 텔레프롬프터뿐"이라고 빈정거렸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와 멜라니아 여사는 회의장 입장 시 에스컬레이터 고장으로 걸어서 올라와야 했다.

트럼프는 불법이민 문제에서도 유엔을 겨냥했다. "유엔은 서구 국가들과 그들의 경계선에 대한 침해를 후원하고 있다"며 "2024년 유엔은 약 62만4000명의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을 돕기 위해 3억7200만 달러 예산을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은 침입을 차단해야 하는 조직이지, 이를 조장하거나 재정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허위행각"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이른바 '친환경 기만'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각국은 실패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은 청정 석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로서 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는 중국, 인도, 심지어 나토 회원국들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지속하고 있다며 "사실상 전쟁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협상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강력한 관세조치를 시행할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경고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국은 "영국, EU, 일본,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과 역사적 무역협정을 체결했다"는 대목에서 한 차례 거론되었다.

트럼프의 유엔총회 연설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화상연설 이후 5년만이며, 직접 연설은 2019년 이후 6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