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첫 유엔총회 무대에서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 차원의 최대 기만행위"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23일 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제80차 총회 일반토론에서 트럼프는 의장의 15분 연설 권고를 무시하고 57분간 발언을 지속했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기온 상승이든 하강이든 어떤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모두 '기후변화'로 명명된다"며 지구온난화 논의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그는 "1989년 한 유엔 관계자가 '향후 10년 내 온난화로 인해 전체 국가들이 지도상에서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며 "1920-30년대에도 지구 한랭화가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 예언했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참석한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이러한 '환경 거짓말'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각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탄소발자국 역시 불순한 목적을 가진 세력들이 조작해낸 허위이며, 이들은 완전한 몰락의 경로를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집권 8개월차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행정부 출범 이후 8개월 만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가 되었다"며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존경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GDP 2%에서 5%로의 증액 약속과 영국, EU, 일본, 한국 등과의 연이은 통상협정 체결을 주요 외교적 성취로 제시했다.
자신의 평화중재자 역할도 부각시켰다. "7개월 동안 7개 분쟁을 마무리했다"며 "다른 어떤 지도자도 달성하지 못한 과업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이 해내지 못한 일을 내가 실현했지만 유엔으로부터는 협조 제안이 전혀 없었다"며 유엔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업적마다 각각 노벨평화상을 수상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중동 갈등에 대해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에 대한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하마스는 평화를 위한 합당한 제안들을 거부해왔다"며 "유엔 일각에서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추진하는 것은 하마스 테러집단들에게 과도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북한이나 한반도 정세 관련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1기 임기 중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부르거나 북한 비핵화를 거론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기본원칙들이 포위 공격을 받고 있다"며 "힘이 곧 정의인 세상과 모든 인간이 권리를 보장받는 세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고립은 착각에 불과하다"며 "어떤 국가도 단독으로 팬데믹을 차단할 수 없고 어떤 군사력도 지구온난화를 저지할 수 없다"며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