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총격으로 사망한 보수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대표를 대신해 15일(현지시간) 팟캐스트 진행자로 직접 나섰다. 현직 부통령이 일반인의 죽음을 추모하며 방송 진행을 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우파 진영에서 커크가 가진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더 찰리 커크 쇼'를 약 2시간 동안 진행하며 "바꿀 수 없는 인물을 대신하게 됐지만 그의 이야기를 계속 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커크에 대해 "만나본 정치 전략가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며 "찰리 없이는 우리가 이룬 성과들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특히 커크가 지난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 조직화를 통해 트럼프 승리에 기여했으며, 밴스 자신이 부통령 후보로 선택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주목할 점은 밴스 부통령이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진보 진영을 직접 거론한 것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성장한 극도로 파괴적인 좌파 급진주의 운동이 찰리를 총격으로 이끈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정한 통합은 사실을 직시한 후에야 가능하다"며 "문제가 양쪽에 있다면, 한쪽이 훨씬 더 심각하고 악의적이라는 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 트럼프 정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출연했다. 특히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번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조직적 캠페인에 맞서 테러 집단을 완전히 해체하겠다"며 "법무부와 국토안보부 등 정부 모든 역량을 동원해 관련 조직들을 색출하고 파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보수 진영을 겨냥한 폭력을 지원하거나 자금을 제공하는 진보 단체들을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들 활동을 국내 테러로 분류하는 것이 목표라고 복수의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특히 조지 소로스의 오픈소사이어티재단과 포드재단을 지목하며 이들이 증오를 부추기는 글에 자금을 댄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커크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추서하고 조기 게양을 지시하는 등 최고 수준의 예우를 보이고 있다. 오는 21일 애리조나주 스타디움에서 열릴 추모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는 젊은이들을 끌어모으는 자석 같은 존재였다"며 "스타디움이 가득 찰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별도 인터뷰에서 커크 살해를 축하하는 외국인들의 비자를 거부하고 취소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 인물의 살해나 처형을 찬양하려는 사람들에게 비자를 줄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커크 살해범인 타일러 로빈슨이 조직적 단체와 연결됐다는 증거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들이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 정보 당국 관계자는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상 검열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