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와 영국, 호주가 2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가 인정을 공식 발표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가장 먼저 성명을 통해 "두 국가 해법 실현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같이 선언한 데 이어,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순차적으로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세 국가 모두 이번 결정이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주도하는 국가를 승인하는 것은 평화적 공존과 하마스 소멸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라며 "테러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보상하는 행위가 결코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스타머 총리 역시 "하마스에게는 미래의 정치적 역할도, 정부 참여도, 안보 관련 어떤 지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로써 유엔 193개 회원국 중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승인한 국가가 147개국에서 150개국으로 확대됐다. 특히 주요 7개국(G7) 구성원 중에서는 캐나다와 영국이 최초로 이런 선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17년 밸푸어 선언을 통해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정착을 지지했던 영국이 100여 년 만에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은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22일에는 프랑스가 추가 선언을 예고하고 있으며,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 총회 기간 중 벨기에, 룩셈부르크, 몰타 등이 연이어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 소식통들은 서유럽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내각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테러리즘에 부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테러 세력을 고립시키지 않고 오히려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스타머 총리와 견해 차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즉각 환영 의사를 표했다.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이번 결정은 팔레스타인의 자주권과 독립을 향한 되돌릴 수 없는 길을 열어놓았다"며 "주요국들의 인정은 이스라엘의 강경 정책에 맞서는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승인 움직임은 상징적 성격이 강하지만,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지속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