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선두주자 오라클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격적인 리더십 변화를 단행했다. 회사는 22일 현지시간 기준으로 클레이 마구어크와 마이크 시실리아를 공동 최고경영자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사프라 캣츠가 2014년부터 11년간 이어온 CEO 재임 기간을 마감하며 이뤄진다. 캣츠는 이사회 부회장직으로 이동해 창업자 래리 엘리슨 회장과의 파트너십을 지속할 예정이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오라클을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 기업에서 클라우드 중심 업체로 성공적으로 전환시키며 시가총액 1조 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신임 공동 CEO인 마구어크는 아마존웹서비스 출신으로 2014년 오라클 합류 후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사업부를 이끌며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주도해왔다. 그의 지휘 하에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는 AI 학습 및 추론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오픈AI, 틱톡, 줌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을 핵심 고객으로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실리아는 2008년 프리마베라 시스템즈 인수를 통해 오라클에 합류한 후 산업별 맞춤형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총괄해왔다. 그는 헬스케어, 금융서비스,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능이 탑재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구축하며 회사의 수직적 시장 확장을 이끌었다. 특히 2022년 전자의료기록 업체 서너의 280억 달러 규모 인수를 성사시키는 등 전략적 사업 확장에도 기여했다.
엘리슨 회장은 이번 임명에 대해 "두 리더는 수년 전부터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부문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실행해왔으며, 이러한 접근이 현재 가시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검증된 경영 역량을 보유한 이들이 함께 회사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영진 교체는 오라클이 AI 인프라 투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회사는 최근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이 연간 77% 급증하여 1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주 오픈AI와 체결한 5년간 3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 공급 계약은 클라우드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호재들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라클 주식은 올해 들어 85% 상승했으며, 인사 발표 후 뉴욕 증시에서 6%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 92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경쟁사를 웃도는 상승률이다.
오라클은 또한 미국 정부가 승인한 틱톡 미국 사업 인수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어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라클이 포함된 미국 컨소시엄이 틱톡 미국법인 지분 80%를 인수하고 오라클이 사용자 데이터 관리를 담당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 CEO 체제가 오라클의 기능별 조직 구조를 사업 부문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창업자인 엘리슨이 여전히 전략적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어 두 명의 CEO가 공존하는 체제도 원활하게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