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가자지구 휴전결의 채택 실패…미국이 여섯번째 거부권 발동

2025.09.18
유엔 안보리 가자지구 휴전결의 채택 실패…미국이 여섯번째 거부권 발동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즉각적 정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18일(현지시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채택에 실패했다. 9월 의장국인 한국의 김상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이 공동 제출한 결의안 초안이 표결에 회부됐으나, 상임이사국인 워싱턴만이 반대표를 던지며 통과를 저지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14개국 모두가 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보였지만,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이 무산되는 안보리 규정에 따라 채택이 좌절됐다. 가자전쟁 개시 이후 미국이 관련 결의안에 거부권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이번 결의안 초안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즉각적이며 조건 없는 영구 정전과 함께 하마스 등 무장단체가 억류 중인 모든 인질들의 즉시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겨있었다.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물자 반입을 제한하는 모든 조치를 즉각 해제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표결에 앞서 모건 오르테이거스 미국 중동평화담당 특사 대리는 결의안이 하마스에 대한 비난이나 이스라엘의 자위권 인정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전쟁 종료 제안을 받아들였음에도 하마스가 지속적으로 이를 거절하고 있다"면서 "하마스가 억류자들을 풀어주고 무장을 포기한다면 이 분쟁은 당장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 역시 결의안을 강력히 비판하며 "인질 해방이나 지역 안보 확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는 "안보리가 테러에 눈감기를 원해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투쟁을 계속하며 자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크리스티나 마르쿠스 라센 덴마크 유엔대표는 비상임이사국들을 대변해 "한 세대 전체가 전쟁과 기아, 소멸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시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어 민간인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마르 벤자마 알제리 대사는 채택 실패 후 "용서해 달라"는 말을 반복하며 "안보리가 가자 주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이번 표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주요 도시인 가자시티에 대한 대규모 지상작전을 개시한 시점에 진행됐으며, 유엔 조사위원회가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집단학살 행위를 규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