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승인을 위한 의회 결의안 제출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두 가지 핵심 전제조건을 명시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제80차 유엔총회 기간 중 언론과의 만남에서 멜로니 총리는 모든 억류자들의 해방과 팔레스타인 정부 구성에서 하마스의 완전한 배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멜로니 총리는 "주권 체제의 기본 요건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을 승인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도 의미 있는 성과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개인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승인이 정치적 압박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면서도, 그러한 압박이 올바른 대상을 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의 발단과 지속 요인으로 하마스를 지목한 멜로니 총리는 "전쟁을 개시하고 억류자 송환을 거부하며 평화 정착을 저해하는 것은 하마스"라며 "국제 사회의 압력은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를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집권당이 준비 중인 결의안은 이러한 조건들을 명확히 담을 예정이며, 여야를 막론하고 폭넓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가 제시한 이러한 조건부 승인 방식은 국제정치에서 독특한 중간 경로로 평가받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전면 거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노선, 그리고 즉각적인 무조건 승인을 선언한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유럽국들의 입장과는 구별되는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정부 방침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로마를 포함한 이탈리아 전국 각지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와 파업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국내 여론과 정부 정책 간의 온도 차를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일랜드에서도 하마스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이 11월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좌파 연합 후보인 캐서린 코널리는 하마스의 미래 역할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중도 우파 진영은 하마스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며 향후 팔레스타인 정부에서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