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쇠퇴한 자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해 향후 10여 년간 선박 제작 규모를 대폭 늘리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지난 17일 자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2035년까지 연간 선박 제작량을 총톤수 기준 180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목표치는 지난해 실적인 908만톤과 비교해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해당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현재 13%에 머물러 있는 일본의 글로벌 조선시장 지배력이 20%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또한 일본 선박회사들이 소유하는 선박을 자국 내에서 전량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한때 세계 조선업계를 주도했던 일본은 199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선박 제작량의 절반가량을 담당했으나, 이후 한국과 중국의 급성장에 밀려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2001년 겨우 6%의 점유율에 그쳤던 중국은 국가 차원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바탕으로 2023년 50%까지 시장 지배력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저가 경쟁을 넘어 친환경 선박 등 첨단 기술 영역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자민당은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일본이 유럽이나 미국처럼 조선산업을 완전히 상실할 위험성이 크다"며 "조선업 붕괴는 해상 물류와 경제, 안보 전반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지난 6월에는 자민당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가 1조 엔 규모의 민관 합동펀드 설립 등을 포함한 '조선업 재건 정책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가을까지 세부적인 정책 방향과 민간-공공 투자 규모를 담은 로드맵을 마련하고, 올해 추경예산과 내년 본예산에 구체적인 지원책을 반영할 예정이다. 기업 간 협력 체계 구축과 디지털 전환 투자 촉진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비용 경쟁력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벌크선 제작비용을 일본 기준 100으로 할 때 중국은 약 80 수준에 불과하다. 닛케이는 "공동 구매를 통한 원자재비 절감과 생산성 개선을 통한 제작비용 억제 방안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