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한일, 유럽연합 방식 경제공동체 필요"…반도체·AI 분야 투자 확대 의지

2025.09.22
최태원 "한일, 유럽연합 방식 경제공동체 필요"…반도체·AI 분야 투자 확대 의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 간 유럽연합 모델의 경제공동체 설립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며,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 영역에서의 일본 투자 확장 계획을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이 22일 보도한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인공지능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등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강점을 보유한 양국에게는 거대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그룹은 이미 일본 NTT의 차세대 통신 인프라 'IOWN' 사업에 참여하는 등 협력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최 회장은 "일본 투자 의지는 확실하다"고 단언하면서도,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해 투자 시점에 신중함을 나타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일 간 '경제공동체' 구상을 제시한 부분이다. 최 회장은 유럽연합을 사례로 들며 한일 경제공동체 출범 시 경제 안보 강화와 국제 사회 내 영향력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교역 규모가 과거 대비 크게 성장했으나, 향후에는 단순 무역만으론 동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경제공동체 구축을 통해 사회적 비용과 경제안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국제 무대에서 기준을 주도하는 룰 메이커가 되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미국, 유럽연합,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 4번째 경제권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가입 검토를 선언한 일본 중심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서는 "그런 방향도 바람직하지만, 일본과는 느슨한 경제 연합이 아닌 유럽연합과 같은 완전한 경제결합 연대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해 8월 정상회담에서 AI 등 '미래산업 영역' 협력 확대에 합의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민간 차원의 협력이 국가 차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일 기업 간 협력 기회 발굴이 핵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내달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최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참가국·지역 경제계 대표들이 참석하는 최고경영자 서밋을 개최한다. 최 회장은 "한일 기업인들이 한곳에 모여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 개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I 관련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독자적 견해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광대역메모리만 보고 AI의 전체 그림을 논할 수는 없다"면서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통틀어 'AI 반도체'로 명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화형 AI 서비스가 자율형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면 더욱 많은 메모리가 요구되고, AI 생태계 활동도 증가할 것"이라며 "HBM은 물론 AI 액셀러레이터 시장도 확장되고,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이자 SK그룹이 투자한 키옥시아와의 협업 의지도 강하게 표명했다. 최 회장은 "현재는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을 경유한 간접 출자 상황이라 직접적인 논의는 어렵다"면서도 "키옥시아의 일본 증시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기업 가치가 상승하고 있어 상황이 변화하면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5일 최 회장의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방문 당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