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판 언론 방송 면허 박탈해야" 위협 발언

2025.09.19
트럼프 "비판 언론 방송 면허 박탈해야" 위협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방송사들의 허가 취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언론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방송사가 저녁 프로그램에서 하는 일이 트럼프 공격뿐이라면 허가를 박탈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언급은 ABC 방송의 장수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전날 무기한 방영 중단된 직후 나온 것이다. 진행자 지미 키멀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과 관련해 "MAGA 세력이 범인을 자신들과 무관한 인물로 묘사하려 애쓰고 있으며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키멀의 발언을 문제 삼아 방송사들에 제재 가능성을 경고한 뒤, ABC는 즉각 해당 프로그램의 중단을 발표했다. 카 위원장은 팟캐스트에서 "잘못된 보도가 계속되면 방송사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서도 추가 공세를 펼쳤다. 그는 "키멀은 재능이 없고 시청률도 형편없었다"며 "이제 NBC의 지미 팰런과 세스 마이어스만 남았다. NBC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역시 자신에게 비판적인 토크쇼 진행자들이다.

앞서 CBS의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도 지난 7월 폐지가 결정됐다. 콜베어가 트럼프와 CBS 간 소송 합의금을 "뇌물"이라고 비꼰 직후였다. 이로써 주요 방송사의 정치 풍자 프로그램들이 연쇄적으로 사라지는 양상이다.

미국 방송 구조상 ABC, CBS, NBC 같은 네트워크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넥스타, 싱클레어 등이 소유한 지역 방송국들이 이를 송출하는 방식이다. 넥스타는 32개의 ABC 계열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키멀 쇼 방영을 거부하자 ABC가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 미디어 기업들은 현재 FCC의 승인이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넥스타는 테그나 인수 건을, 디즈니는 ESPN 확장 계획을 각각 승인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압박에 취약한 구조다.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1950년대 매카시즘에 비견되는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트럼프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을 막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수정헌법 제1조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SNS에서 "현 정부가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기자나 논평가를 침묵시키려 상습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 보호 법안 발의에 나선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를 상대로도 150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비판 언론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언론 자유를 수호해온 미국의 전통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