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해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버킹엄셔 체커스 총리 별장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의 개인적 관계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장 손쉽게 풀릴 문제라고 여겼지만, 그는 나를 진심으로 실망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분쟁이 미국에 직접적 타격을 주지는 않지만, 이를 마무리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조만간 긍정적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를 위한 방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각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차단을 거듭 주문했다. 그는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 푸틴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없이 군사작전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추가 압박을 가할 용의는 있으나, 내가 보호해야 할 동맹국들이 여전히 러시아 원유를 구매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국방력 증강 방안과 푸틴에 대한 압박 강화 전략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푸틴의 행보는 평화를 추구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만 반응하는 푸틴에게 더욱 강도 높은 압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사태를 둘러서는 양국 정상 간 온도차가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7일의 참극을 잊어서는 안 되며, 인질들의 즉각적인 전원 석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스타머 총리는 가자지구의 현 상황이 용인될 수 없다며 평화 로드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부분만큼은 총리와 견해가 다르다"며 "우리 사이 몇 안 되는 이견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보잉, 롤스로이스, BAE시스템즈,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주요 기업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술 번영 협정'에 서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으로 대서양 양안 간 총 2,500억 파운드(약 470조원) 규모의 자금이 이동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기술 분야 협력의 핵심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해외 투자 중 최대 규모인 300억 달러(약 41조7천억원)를 영국 AI 인프라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구글 역시 향후 2년간 AI 연구 및 인프라에 50억 파운드(약 9조4천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는 소중한 유산이며 파괴될 수 없는 끈끈한 유대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스타머 총리도 "서로를 존중하고 진정으로 우호적인 지도자들 간의 특별한 동맹"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