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기 몰린 밀레이에 '구명줄' 던져…세계은행도 40억 달러 지원 발표

2025.09.23
트럼프, 위기 몰린 밀레이에 구명줄 던져…세계은행도 40억 달러 지원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금융위기와 정치적 난관에 직면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위한 대규모 구제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10월 의회선거를 앞두고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남미의 트럼프'에게 강력한 지원사격을 펼치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아르헨티나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라며 "재무부 권한 범위에서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마련할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간 통화스와프 체결, 페소화 직접 매입, 외환안정기금을 활용한 달러표시 국채 구매 등을 구체적 옵션으로 제시하면서 "여기에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미국의 적극적 지원 의지는 같은 날 양국 정상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서 만나기 직전에 발표되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리가 그들을 도울 것"이라면서도 "구제금융 형태는 불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또한 밀레이 대통령의 차기 대선 도전을 응원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세계은행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해 "공공분야 자금조달과 민간투자를 결합한 형태로 수개월 내 40억 달러를 투입한다"며 "총 120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 계획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공표했다. 이 자금은 광물자원 개발, 관광산업 진흥, 에너지 인프라 확충, 중소기업 금융 개선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미국의 지원 약속이 알려지자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메르발 주가지수는 6% 이상 급등했고 페소화 가치도 2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가신용위험 지표 또한 최근 1년 중 최고점에서 크게 하락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말 취임 후 '전기톱 정책'이라 불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 보수층의 큰 지지를 얻어왔다. 복지 예산 삭감과 정부 규모 축소,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한 결과 작년 12월 26%까지 치솟았던 월별 물가상승률을 올해 7월 1.9%로 끌어내리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급진적 개혁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공공부문 의존도가 높았던 아르헨티나 특성상 긴축 재정이 고용 축소로 이어져 실업률이 취임 당시 5.7%에서 현재 7.6%까지 상승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밀레이 취임 이후 약 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적 어려움은 정치적 위기로도 번졌다. 지난 7일 전체 인구의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집권 '자유전진당'이 좌파 페론주의 연합에 두 자릿수 차이로 패배했다. 여기에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를 둘러싼 부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10월 의회선거에서 개혁 추진에 필요한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2주간 페소화가 연일 폭락하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빈약한 외환보유고에도 불구하고 11억 달러 이상을 시장에 투입해 통화 방어에 나섰다. 아르헨티나가 내년 상반기 IMF에 상환해야 할 부채만 1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외환 부족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IMF나 타국과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특정 국가를 지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외교협회의 브래드 세처 연구원은 "1995년 멕시코 지원 사례가 있지만, 현재 아르헨티나는 IMF 최대 채무국이면서 통화 불안정성이 훨씬 심각해 위험 수준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는 1950년대 이후 총 23차례 IMF 구제금융을 받은 '단골 고객'으로, 현재도 전 세계 IMF 채무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채무국이다. 지난 4월에는 2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받았으며, 2018년 금융위기 때는 400억 달러의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밀레이는 매우 훌륭한 동지이자 전사이며 승리자"라는 글을 게시한 뒤 이를 출력해 밀레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또 "전임 극좌 정권이 남긴 완전한 혼돈 속에서도 아르헨티나 경제에 안정을 되찾아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직후 가장 먼저 만난 해외 정상으로, 그간 약 10차례 미국을 방문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클라우디오 잠파 망가트캐피털 설립자는 "밀레이는 트럼프에게 단순한 경제 파트너가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에서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전략적 동맹"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