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취재지침' 발표…"사전 허가 없으면 출입 박탈"

2025.09.20
트럼프 정부 취재지침 발표…"사전 허가 없으면 출입 박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방부 취재진들에게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은 내용에 한해서만 보도활동을 하겠다는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동의서 작성을 거부하는 취재진에 대해서는 청사 출입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현지시간 19일 미국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총 17페이지 분량의 새로운 취재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국방부는 특정 취재진을 '안보 위해요소'로 규정할 경우 언제든 그들의 출입 허가를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새로운 규정은 군사 기밀뿐만 아니라 일반 분류 정보에 대해서도 "해당 권한을 보유한 담당자"의 명확한 공개 허가를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취재 활동이 금지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정보에 대한 취재 시도만으로도 출입 자격 상실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국방부 취재진들은 앞으로 청사 건물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축소되며, 허가받지 않은 자료를 획득하려 시도하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다음 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취재진이 보안시설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며 "출입증을 착용하고 규정을 준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퇴장하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 시작과 헤그세스 장관의 1월 말 취임 이후, 국방부는 군 관련자들과 언론인들 간의 직접적 소통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강화해왔다. 헤그세스 장관 주변에서는 정보 누설 차단을 명목으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 도입을 검토했으나 백악관의 개입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펜타곤 보유 정보의 상당 부분이 일정한 민감도를 지니고 있다"며 금년 6월 미군 창설 25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앞을 지날 전차의 대수 같은 정보도 원래 '관리대상 비분류정보'(CUI)로 구분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취재진이 CUI 범주의 정보를 취재하려 할 경우에도 출입증이 취소된다.

컬럼비아대학교 언론자유 연구기관인 '나이트 퍼스트 어멘드먼트 인스티튜트'의 케이티 팰로 법무담당 부소장은 이번 취재 가이드라인에 대해 "언론자유와 표현자유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전면적 공격의 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내용만을 다루는 기자는 언론활동이 아닌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DC 소재 언론인 조직인 '내셔널 프레스 클럽'(NPC)은 성명을 통해 "군에 관한 소식이 우선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시민들은 자주적인 보도를 접할 기회를 잃게 되고, 오직 관료들이 희망하는 보도만 접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모든 미국 시민들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이듬달인 2월에 NBC 뉴스, 뉴욕타임스, NPR 등 기존 주요 언론사들의 국방부 내 상설 공간을 철거하고, OAN, 뉴스맥스, 브라이트바트 등 '우익 대체매체'들과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 허프포스트에 상설 공간을 제공했다.

취재 언론사 지부장들이 이런 조치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국방부는 워싱턴포스트 등 다른 주요 언론사들의 '국방부 데스크'도 추가로 철거했다고 WSJ는 전했다.

국방부 기자실 벽면에는 '펜타곤 취재기자단'이라는 명칭으로 주요 취재 언론사 기자들 30명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전시되어 있었으나, 새 취재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19일에는 모든 액자가 사라진 채 빈 공간만 남겨져 있었다. 그 자리에는 "현재 업데이트 진행 중"이라고 적힌 A4 용지 한 장이 테이프로 임시 부착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