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발간 예정인 회고록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핵심 인사들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당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이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다음 주 출간 예정인 해리스의 회고록 『107일』에는 민주당 동료들에 대한 신랄한 평가가 담겨 있다. 이 제목은 작년 7월 21일 바이든이 재선 포기를 발표한 이후 해리스가 대통령후보로 활동한 기간을 가리킨다.
언론들은 해리스가 이번 회고록을 통해 "당내 동료들과의 관계를 단절해도 괜찮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가차없는 공격"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차기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민주당 유력 인사들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다고 전해진다.
해리스는 4년간 함께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바이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와의 TV 토론 직전 바이든으로부터 받은 전화에 대해 "그가 왜 그 시점에 연락을 했는지, 왜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바이든은 통화에서 필라델피아 정치권 실력자들이 해리스의 험담을 퍼뜨린다는 소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며, 자신의 과거 토론 경험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고 해리스는 기록했다. 해리스는 이런 전화가 "중요한 경합주의 핵심 도시에서 벌어지는 적대적 움직임에 대한 우려로 자신의 집중력을 방해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러닝메이트 후보들에 대한 평가도 가혹했다.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에 대해서는 "만약 내가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었다면 완벽한 동반자였겠지만, 흑인 여성인 내가 동성애자와 함께 출마하기에는 리스크가 과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티지지는 "미국 국민들의 수준은 그보다 높다고 확신한다"며 반박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에 대해서는 "침착하고 세련된 매력이 있지만 부통령 직책에 대해 현실성 없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며 "보조 역할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들었다"고 평했다. 셔피로 측은 "트럼프 저지 외에 다른 것에 신경 썼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종 러닝메이트였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 대해서도 JD 밴스 부통령과의 토론에서 "밴스의 위장 전술에 현혹되어 버렸다"며 "당신은 나를 공격하는 상대방과 친해지러 온 게 아니다"라고 텔레비전을 향해 소리쳤다고 기술했다.
민주당 내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해서는 바이든의 사퇴 발표 후 연락을 시도했지만 "산행 중이다.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는 답변만 받고 이후 소식이 없었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회고록 내용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핵심을 벗어난 비판이며 언론 지원 부족에 대한 불평에 불과하다"며 "그래서 선거에서 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 간부는 "불만 토로처럼 들린다"며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으려면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해리스의 솔직함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백악관 웨스트윙이 그녀를 형편없이 대우한 것은 사실"이라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