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일교 간의 연루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일본 언론들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구속 사실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3일 구속된 한 총재를 둘러싼 사건이 일본 내 통일교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언론들은 한 총재의 구속 소식을 새벽부터 신속하게 전하며 정치권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집중 조명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와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와 관련해 교단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일본에서 통일교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모친의 거액 헌금으로 인한 가정 파탄을 범행 동기로 밝히면서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관계가 공론화됐다. 이후 자민당 의원 179명이 통일교와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며 국민적 분노가 확산됐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역시 2019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시절 통일교 산하 천주평화연합 지도부와 만남을 가진 사실이 2023년 말 폭로되며 정치권의 표리부동한 행태가 비판받았다. 당시 자민당 본부에서 촬영된 기념사진까지 공개되면서 정교유착 의혹은 더욱 구체화됐다.
여론의 압박 속에서 일본 정부는 통일교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2022년 11월 조사 착수를 시작으로 이듬해 해산명령 청구에 이어 올해 3월 도쿄지방재판소가 해산명령을 확정했다. 법원은 "40여 년간 전국적으로 법령 위반행위를 저질러 전례 없는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한국 본부의 위기가 일본 내 해산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통일교의 핵심인 한국 교단이 법적 곤경에 처하면서 후계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과거 한 총재가 일본 내 여론 악화로 모금액이 감소하자 "기시다가 와서 교육받으라"며 불만을 표출한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교단이 정치인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통일교의 정치권 침투는 냉전시대 반공이념을 매개로 한 전략적 접근에서 비롯됐다. 박정희 정권 시절 김종필과의 연결고리,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의 협력관계 등은 모두 반공 노선 강화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형성됐다. 이런 방식으로 교세를 확장해온 통일교가 현재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다음 달 아베 전 총리 살해범에 대한 재판이 3년 만에 재개될 예정이어서 한국의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야후 재팬에서 한학자 총재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일본 사회의 주목도가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