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티베트 히말라야산맥에서 벌인 대형 불꽃놀이로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여 공식 사과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크테릭스는 중국 폭죽 예술가 차이궈창과 공동으로 지난 19일 시짱자치구 시가체 지역에서 '승룡'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해발 4600~5000m에 이르는 고산지대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3㎞에 걸쳐 설치한 폭죽을 순차적으로 터뜨려 마치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의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티베트 고유의 다섯 색깔 깃발을 형상화한 듯한 화려한 불꽃이 설산을 배경으로 폭발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하지만 영상 공개 직후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청정한 고산 생태계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예술이라기보다 산을 폭파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생태계가 취약한 고원 지역의 특성상 복구에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시짱자치구 시가체시 당국은 21일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처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크테릭스 측은 당초 "합법적 절차를 거쳤고 생분해성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며 "가축들을 안전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소형 야생동물들도 해당 구역에서 벗어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행사 후 잔해물 수거와 식생 복원 작업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결국 홍보 영상을 삭제하고 웨이보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흥미롭게도 중문판과 영문판 사과문의 내용이 달라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중문판에서는 "자연에 대한 겸손과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힌 반면, 영문판에서는 "중국팀과 소통해 업무방식을 조정하겠다"고 표현해 책임 회피 의혹을 받았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가 2015년 스위스 아웃도어 브랜드 마무트가 마터호른에서 진행한 '빛의 용' 행사와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도 불거졌다. 마무트는 당시 헤드램프를 이용해 알프스 산맥 능선을 비추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불꽃이 사라진 후 남아야 할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닌 환경보호 실천"이라고 비판했으며, 신화통신 역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1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아크테릭스는 2019년 모기업 아머스포츠가 중국 안타그룹에 매각되면서 중국 기업이 됐다. 최근 한국에도 직접 진출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