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12년의 공백을 깨고 공개석상에서 재회했다.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기념행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은 따뜻한 인사를 주고받으며 과거의 앙금을 씻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에 먼저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뒤늦게 나타난 박 전 대통령을 발견하고 직접 다가가 "아이고 오랜만이에요. 여전하시고? 건강하시고요?"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박 전 대통령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오늘 참석자들 가운데 가장 멀리서 오셨네요"라며 대구 달성군에서 4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온 박 전 대통령을 배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랜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응답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직접적인 만남은 2013년 2월 박 전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던 이유는 각종 정치적 상황 때문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시에는 별도 취임식이 열리지 않았고,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식에는 이 전 대통령이 복역 중이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보궐선거 당선 후에도 정식 취임식이 없어 두 사람이 마주할 기회가 계속 미뤄져왔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부터 시작된 치열한 경쟁으로 유명하다. 당시 벌어진 경선전은 한국 정당사상 가장 격렬했던 승부로 평가받는다. 이후에도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뉜 보수진영 내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며 정치적 대립을 이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친박계 인사들의 공천 배제, 박근혜 정부 때 친이계의 공천 소외 등이 반복되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앉아 행사 내내 자리를 함께했으며, 행사 종료 후에도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우리 박근혜 대통령님, 조심히 가세요"라며 재차 악수를 청했고, 박 전 대통령도 그의 손을 단단히 잡으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재임 중 불거진 각종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겪으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4년 9개월간 복역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이 전 대통령은 다스 횡령 및 삼성 뇌물 사건으로 2년 8개월 수감 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각각 석방됐다. 이러한 경험이 두 사람 사이의 화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