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바뀌는 담배 정의,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 국회 소위 통과

2025.09.22
37년 만에 바뀌는 담배 정의,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 국회 소위 통과

액상형 전자담배의 핵심 원료인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법률 개정안이 9년간의 논의 끝에 국회 첫 관문을 통과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하며 1988년 제정 이후 37년 만에 담배의 법적 정의 변경에 첫발을 내딛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연초의 잎'으로 제한됐던 담배 정의를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로써 화학적으로 합성된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동등한 규제를 받게 된다. 그동안 합성니코틴은 천연니코틴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전자담배 제조업체들이 선호해온 원료였지만,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과세와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천연니코틴보다 1.9배 많은 발암성 및 생식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69개 항목을 분석한 결과 리터당 2만2902㎎의 유해물질이 함유돼 천연니코틴의 1만2509㎎을 크게 상회했다. 그럼에도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되며 청소년들의 손쉬운 접근 경로가 되어왔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현재 사용률이 약 3.1%에 달하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일반 담배 사용률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무인판매점과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용이하고 과일향이나 디저트향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완충 장치도 마련됐다. 전국 3000여 곳에서 4000여 곳으로 추정되는 합성니코틴 판매업체 중 약 60%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소매점 간 거리 제한 규정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한 희망리턴패키지 등 기존 소상공인 지원제도를 활용해 업종 전환과 폐업을 원하는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규제 적용 시 정부의 세수 확보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합성니코틴 과세로 연간 9300억원 규모의 세입 증가를 전망했으며, 이 중 개별소비세만 1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합성니코틴 미과세로 인한 세수 손실액은 3조3895억원에 이른다.

합성니코틴 규제 논의는 2016년 처음 시작됐지만 업계 반발과 정치적 고려로 번번이 좌절됐다. 전환점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에서 유해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면서 찾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한국과 일본, 콜롬비아를 제외한 35개국이 이미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준해 규제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유사니코틴'이나 '무니코틴' 표방 제품에 대한 규제는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돼 향후 과제로 남았다. 이들 제품은 니코틴과 유사한 효과를 내지만 화학적 구조 차이로 규제를 피해가고 있어 새로운 사각지대를 형성할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는 이번 소위 통과에 대해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자담배총연합회는 "최소한의 규제가 적용돼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형 담배회사들도 그간 사각지대에서 기존 제품 수요를 잠식해온 합성니코틴 제품의 규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기재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최종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법안이 시행되면 액상형 전자담배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2만원대에서 3만원대인 합성니코틴 액상이 7만원대에서 8만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