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한국형 전자전 항공기 개발사업에서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2일 방산업계가 전했다. 2034년까지 총 1조9206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에서 LIG넥스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 연합을 제치고 승리했다.
방사청이 지난주 실시한 제안서 평가에서 두 컨소시엄 간 점수 격차는 4.5점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 측은 전자전 장비 개발 역량을 부각시켰고, 대한항공은 항공기 개조 기술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은 향후 이의신청 절차와 평가결과 검증을 거쳐 내달 공식적으로 최종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자전 항공기는 각종 전자장비와 교란시설을 활용해 적군의 대공레이더와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특수 군용기다. 전투기보다 앞서 적진에 투입되어 방공시설을 무력화함으로써 아군 생존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현재 자체 기술로 전자전기를 실전 배치한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에 불과해, 우리나라가 세 번째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군이 전자전기 확보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북한의 조밀한 방공체계가 있다. 북한은 평양 주변에 4중 방어망을 구축해놨으며, 사거리 260~300㎞의 SA-5를 비롯해 SA-2, SA-3 등 다양한 지대공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도 북한 방공망의 밀집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전자전 능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사업에서 대한항공은 캐나다 봄바디어社의 G6500 비즈니스 제트기를 도입해 개조 작업을 맡게 된다. 비즈니스 제트기는 프로펠러기보다 높은 고도에서 장시간 작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도 기존 C-130 기반 전자전기를 G550 비즈니스 제트기로 교체하면서 장비 중량을 8.1톤에서 3.6톤으로 줄이고 작전능력을 향상시켰다.
LIG넥스원은 그간 축적한 전자전 기술력을 바탕으로 임무장비 개발을 담당한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 전투기용 전자전장비인 ALQ-200 개발을 시작으로 KF-21 통합전자전체계, 해군 함정용 소나타(SONATA)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소나타는 2011년 아덴만 해적 퇴치 작전에서 해적선 레이더를 무력화시키며 실전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개발될 전자전기는 스탠드오프 재머 형태로, 적 대공무기 사정거리 밖에서 광범위한 전자전 임무를 수행한다. 군이 제시한 재밍 사거리 성능요구조건은 250㎞로, 이는 미군 EA-18G 그라울러의 150㎞보다 100㎞ 더 긴 수준이다. 이러한 성능의 전자전기 5~6대가 공격편대로 투입될 경우 북한 평양의 다층 방공망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우선 2대는 블록-1 기본형으로 제작되고, 이후 2대는 성능이 개선된 블록-2 모델로 개발될 예정이다. 평시에는 신호정보 수집기로도 활용되어 주변국 위협신호 수집과 분석, 데이터베이스 구축 임무도 병행하게 된다. 체계통합업체로 선정된 LIG넥스원은 향후 30~40년간 유지보수 우선권을 확보하게 되며, 해외 수출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