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 개최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국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라며, 북·중·러 3국 협력 관계를 재차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미림비행장 일대 훈련장에서 대규모 병력과 각종 무기체계가 집결한 모습이 위성영상에 포착되고 있다. 고해상도 위성 촬영 결과 제식 연습을 실시하는 부대원들의 대열과 이동식 발사차량(TEL)으로 보이는 장비들이 뚜렷하게 식별됐다고 전했다.
관련 당국자는 "동원된 인력과 장비 규모로 판단할 때 최근 몇 년간의 열병식을 훨씬 상회하는 대규모 행사가 될 것"이라며 "2023년 2월 건군절 75주년 때보다도 더 큰 규모로 기획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정주년 행사를 통해 체제 안정성과 본인의 지도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의 포괄적 동반자 조약 체결과 중국 전승절 참석을 통해 얻은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행사 당일에는 최신 무기 시스템 공개를 통한 군사력 과시도 예상된다. 김정은이 최종형이라고 언급한 '화성-19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차세대형인 '화성-20형'의 일부 구성품, 첨단 자폭형 드론 등이 등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여러 나라의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참석 의향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8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를 맞아 북한은 참가국의 대표단 급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측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이 10월 평양 방문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 역시 김정은의 전승절 행사 참석에 화답해 고급 관리를 파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전승절에 이어 한 달 뒤 평양에서 북·중·러 삼각 협력 체제를 재확인하는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같은 시기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대한 견제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2023년 7월 전승절 70주년 행사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리홍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은 전날부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를 소집했으나 아직 공식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김정은이 지시한 '적대적 이국가 관계' 개념과 관련된 법적 정비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북한은 군사분계선 전 구간의 30% 지역에서 전술도로와 철조망 설치를 포함한 요새화 공사를 지속하고 있어, 분단 고착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