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경주 회동' 성사…초강대국 패권경쟁 속 이재명의 실용외교 시험무대

2025.09.21
미·중 정상 경주 회동 성사…초강대국 패권경쟁 속 이재명의 실용외교 시험무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의 대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번째이자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 이후 약 6년 만의 재회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약 2시간 전화협의 직후 자신의 SNS에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 상반기 중국을 찾을 예정이며, 시 주석 역시 적절한 때에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도 이번 통화를 "실용적이고 건설적인 소통"이라고 평가하며 "미중 양국은 상호 번영과 윈윈 협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은 일방적인 통상 제한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의 동시 한국 방문은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이로써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외교 무대로 부상하게 됐다.

특히 이번 정상간 접촉이 성사된 배경에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양도 문제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도출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펜타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료 필요성, 틱톡 거래 승인을 포함한 여러 중요 사안에서 진척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측 간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핵심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관세 협상, 반도체·희토류 수출 규제, 타이완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에서 양국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유예 기한이 11월 10일로 임박한 상황에서 경주 회담이 실질적 타결의 무대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중 정상회담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것을 환영한다"며 "최대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초강대국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APEC이 그의 실용주의 외교 노선의 실질적 검증장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APEC 기간 중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의 국빈 방한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한중 정상회담은 서울에서 별도로 개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사될 경우 2014년 이후 11년 만의 중국 정상 국빈 방문이 된다.

미중 양 정상의 경주 만남은 정식 정상회담 형태가 될지, 다자회의 중 약식 회동에 그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양국 정상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10월 3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경주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