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내일 미국 뉴욕으로 향한다. 이번 순방은 이 대통령의 본격적인 다자외교 행보로 평가받는다.
앞선 6월 G7 정상회의 참석은 취임 직후 준비 시간이 부족했고 초청국 지위였던 반면, 유엔총회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다자외교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은 현지시간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12·3 계엄 사태 극복과 민주주의 복원을 천명하고,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새 정부의 외교 구상을 제시할 예정이다. 북한에 대화를 요구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구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도 주재한다.
대통령실은 유엔 설립 80주년을 맞아 한국이 지원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성장한 역사를 부각시키며, 회복력 있는 성숙한 민주국가임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유엔총회는 내달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준비 과정으로서의 성격도 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에서 만날 예정이어서 경주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메가이벤트 현장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첫 미중 정상 대화가 성사되면서, 그 결과가 한반도 정세와 국제통상 체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APEC 개최국 지위를 활용해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중 정상회담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을 환영하며 최대한 지원하겠다"면서 "APEC을 계기로 회원국 간 다양한 외교적 소통을 뒷받침해왔던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우즈베키스탄, 체코, 폴란드 정상들과 연속 회담을 갖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최근 회담을 가진 바 있고 10월에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며 현지에서의 접촉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 후속 논의가 교착상태인 데다 비자 협상 등 추가 현안이 불거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외교 측면에서 이 대통령은 도착 첫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와 인공지능 및 에너지 전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마지막 날에는 월가 금융인사들과 한국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투자 서밋을 개최해 실용외교를 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