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5일간의 유엔총회 일정을 위해 뉴욕으로 출발했다. 이번 제80차 유엔총회에서 이 대통령은 안보리 의장국 수반으로서 우리나라 최초로 안보리를 직접 운영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약 190개국 지도자 중 일곱 번째 순서로 총회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연설에서는 민주 한국의 국제사회 복귀를 알리고 한반도 정책을 포함한 정부의 외교 방향성을 밝힐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24일 인공지능과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진행되는 안보리 공개토론을 이 대통령이 직접 이끌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이를 위한 AI'라는 원칙 하에 국제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의장석에서 직접 회의를 주도하는 장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15개 이사국이 알파벳 순서로 월별 교대하는 안보리에서 한국은 2024-2025년 임기의 선출직 이사국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해 6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의장국을 담당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안보리 회의 주재는 우리의 외교 역량을 보여주는 기회"라며 "대통령의 직접 주재는 향상된 외교력으로 성취한 결과를 입증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이번 의장국 활동에서 북한 관련 안건을 공식 일정에서 배제했다. 지난해 6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지속적인 대북 화해 정책과 북미·남북 대화 가능성 확보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 문제를 안보리에서 직접 거론하기보다 주변국과의 협의를 통해 간접 관리하려는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이 북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안건화할 경우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총회 참석을 다층 외교 네트워크 구축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다. 유엔 사무총장과 G7 회원국인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 우즈베키스탄, 체코, 폴란드 등과의 회담을 통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까지 외교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유엔이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국제정세에서 과도한 정치적 쟁점을 피하고 미래지향적 의제를 선택한 것은 실용외교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도 개최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이 22일 오후 뉴욕에서 만난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3국 외교수장의 첫 직접 대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