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통화스와프 없는 미국 투자 시 한국 금융위기 직면할 것"

2025.09.22
이 대통령 "통화스와프 없는 미국 투자 시 한국 금융위기 직면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없이 미국 요구에 따라 35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단행할 경우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와 유사한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미국에 대해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송금 투자해야 한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IMF와 같은 위기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지난 18일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미국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탄핵됐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보다 구체적인 경제적 위험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서면 무역협정을 체결한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3240억 달러로 한국의 4163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으며, 엔화는 준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고 미일 간 통화스와프 협정도 이미 맺어져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는 외환보유액의 84%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로,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가 외환보유액 대비 41.5% 수준인 것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화폐를 상대국에 예치하고 정해진 환율로 상대방 통화를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금융협정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경제위기 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핵심적인 안전망 역할을 한다. 한미 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00억 달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한시적으로 운용한 바 있으나,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말 종료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체결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관세협상 철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혈맹 관계인 양국 사이에서 최소한의 합리성은 확보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러한 불안정한 국면을 가능한 한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상업적 타당성을 담보하는 구체적인 합의 도출이 핵심 과제이자 최대 난관"이라며 "실무진이 제시한 투자안은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지 못해 양측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317명 구금 사건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가 아닌 과도한 법 집행의 결과로 판단한다"며 "한미동맹에 균열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우로 인해 한국 국민들의 분노는 당연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에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소속 의원 5명은 같은 날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면담하고 일방적인 관세협상과 조지아주 구금 사태에 항의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서는 구금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미국이 일방적 압박이 아닌 상호 호혜적인 협상 틀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비기축통화국인 한국과 미국 간 상설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통화스와프 체결 권한을 가진 연방준비제도(Fed)를 설득해야 하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기간 연장이나 일정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통한 충격 완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