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미국 요구사항 수용 시 금융위기 우려…관세갈등 조기해결 목표"

2025.09.21
李대통령 "미국 요구사항 수용 시 금융위기 우려…관세갈등 조기해결 목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제기된 3천500억 달러 대미투자 방안을 현재 조건으로 수용할 경우 한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없이 미국이 제시한 방식대로 전액을 현금으로 인출해 투자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유사한 경제적 충격에 노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간 무역합의가 지연되는 배경에 대해 이 대통령은 투자 실행 방식을 둘러싼 견해차이를 지적했다. 그는 "대미투자의 상업적 실현 가능성을 확보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 최우선 과제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무진 협의에서 나온 제안들이 충분한 상업적 타당성을 담보하지 못해 입장 차이를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본과의 여건 차이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이 한국 외환보유고의 두 배가 넘는 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축통화인 엔화와 기존 미일 통화스와프 협정이라는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상 결렬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맹국 간에는 최소한의 합리성이 유지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달 초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량 구금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번 일로 견고한 한미동맹 관계가 손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단속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아닌 현지 법집행 기관의 과도한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BBC 방송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방안으로 핵무기 개발 동결이 "잠정적 긴급조치로서 실현 가능한 현실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핵폐기 대신 일정 기간 핵무기 생산 중단에 합의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라는 궁극적 지향점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현안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방위비 증액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 부분에서 미국과 큰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진행됐으며, 그는 이번 뉴욕 방문을 통해 "민주주의 한국의 복귀"를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