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경지역 등 비행제한구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차단하는 항공안전법 개정안이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격렬히 반발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의 핵심은 비행제한구역 내에서 외부에 물건을 매단 무인자유기구를 중량과 무관하게 전면 금지한다는 점이다. 기존 법령에서는 2kg 이상의 무인기구에 대해서만 당국 허가를 의무화했기 때문에, 북한 인권단체들이 2kg 미만의 전단 풍선을 활용해 대북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법안이 시행되면 무게 제한 없이 모든 무인비행체가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과도한 규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상 관측, 국경 행사, 연구개발 용도와 개인의 취미·여가 활동에 사용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했다. 위반 시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1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조항도 마련됐다.
이번 법안 처리는 2020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쓰레기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한 이후 제정된 대북전단금지법이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은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헌재 결정 이후 항공안전법 등 우회적 방식을 통해 전단 살포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근거가 부족한 항공안전 논리를 앞세워 헌재 판결을 사실상 무효화하려 한다"며 "입법 취지와 방법이 전혀 부합하지 않는 대표적인 입법 오남용 사례"라고 성토했다.
야당은 특히 "표면적으로는 국민 안전을 위한 항공안전법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북한 정권의 요구에 부응하는 김여정하명법에 불과하다"며 "북한 주민을 위한 법이 아닌 북한 체제만을 옹호하는 법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즉시라도 국민의 표현 자유를 무시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입법 기도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 등은 법안 취지 설명에서 "일부 시민단체의 무분별한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북측의 대응으로 수십 차례 오물풍선이 살포되어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이 위협받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다"며 개정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편 국토위 교통소위는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부처 이전 외에도 예산과 인사의 자율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추가 심사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