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법원행정처를 비롯해 법무부, 국회 전문위원까지 일제히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고위공직자 직무와 무관한 범죄로까지 수사 대상을 넓히는 것은 공수처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졌다.
김용민 의원이 지난 22일 발의한 개정안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등 고위공직자의 '전체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직무연관 범죄로만 수사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도 "공수처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수사권과 기소권한을 확대하고 이첩권을 강화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원리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며 "공수처 검사의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환철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범위가 불명확해 수사권이 과도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인에게까지 기소권을 행사하게 될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사과정에서 민주당은 특정인을 겨냥한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이재승 공수처 차장에게 "지귀연 부장판사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가"라고 질문하며 "그렇게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압박했다. 지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 등 여권이 불만을 갖고 있는 특정 법관들을 겨냥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맥락상 특정인을 표적으로 한 법안이라는 점이 명백하고, 사실상 민주당의 진짜 의도가 드러났다"며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할 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민주당 전용 수사기구를 만드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기존 검찰청을 해체하고 민주당 하명수사처를 상시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서도 "외부 권력기관이 재판부 구성에 개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법권 독립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