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21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며 5년 8개월 만에 장외투쟁 전선에 나섰다. 황교안 전 대표 시절인 2020년 1월 광화문 집회 이후 처음으로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규탄대회'라는 명칭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송언석 원내대표, 당 지도부와 8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당원과 지지자들로 광장이 빈틈없이 메워졌으며, 당 측은 참석 인원을 7만여 명으로 집계했다고 발표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는 '헌법파괴 일당독재 중단하라', '야당탄압 독재정치 정치보복 규탄한다'는 문구의 손팻말과 현수막이 내걸렸다. 상공에는 대형 애드벌룬이 띄워졌고, 당 관계자들은 '사법파괴 법원장악 반대' 서명운동 부스를 운영했다.
장 대표는 이날 규탄사에서 "이재명의 독재와 더불어민주당의 공작, 광기를 차단해야 한다"며 "현재 대한민국은 이재명 한 사람만을 위한 국가로 전락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정지된 이재명의 5개 재판을 신속히 재개시켜 그를 끝장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하이에나 특검 뒤에 은밀하게 숨어 이재명과 김어준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하며 반헌법적 정치테러 집단의 우두머리"라고 강도 높게 공격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범죄 기록은 25건에 달한다"며 "범죄자들이 주도하는 정부"라고 규정했다. 노란봉투법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겨냥해 "무분별한 정부에 확실한 제동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나는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12개 혐의로 진행 중인 5개 재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면 당선 무효가 된다"고 강변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최강욱 전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의 '2찍' 발언을 언급하며 "저 민주당 세력들이 여러분을 한꺼번에 매장하겠다고 위협한다"고 맞받아쳤다.
집회 현장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이 '윤어게인', 'STOP THE STEAL' 등의 깃발을 흔들며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과 부정선거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 측이 사전에 "집회 취지와 맞지 않는 피켓이나 깃발 사용을 금지한다"고 공지했음에도 현장에서 적극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무대 스크린에 민주당 의원들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 발언 영상이 상영되자 분노를 표출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행사 마지막에는 '국민의 힘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하자'라고 적힌 거대한 현수막을 펼치는 '레드웨이브'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구 집회를 시작으로 오는 27일 서울에서 추가 집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으며, 정부조직법 처리 상황을 관찰한 후 전면적인 투쟁 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