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평화센터 이사장 별세…향년 75세

2025.09.24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평화센터 이사장 별세…향년 75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24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였다.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부고를 통해 "평생에 걸쳐 부친의 정치적 협력자로 헌신해온 김 이사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센터 측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핵심에서 조용히 기여해온 은밀한 공헌자였다"며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뛰어난 선거 기획자로 활약하며 수평적 정권교체를 실현한 핵심 인물로 기록된다"고 밝혔다.

1950년 전라남도 목포의 방공호에서 출생한 그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민주화 투쟁에 참여했다. 1976년 부친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구속되자, 모친 이희고 여사와 함께 재야 인사들과 손을 잡고 석방 운동을 전개했다. 이 시기 이 여사를 포함한 구속자 가족들이 입에 검은 십자가 테이프를 부착하고 진행한 '무언시위'가 그의 기획이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1980년 군부정권이 만든 '김대중 반란음모 사건'에서는 시위 조종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져 석 달간 숨어 지내다 붙잡혔다. 이후 70일 넘게 혹독한 고문을 받아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유배 시절에는 함께 건너가 '미주인권문제연구소' 임원으로 활동하며 해외에 한국의 인권 현실을 알리고 민주화 운동의 국제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존 케리, 에드워드 케네디 등 미국 정치권 주요 인물들과 직접 소통하며 설득작업을 펼쳤으며, 고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 사실을 폭로한 인재근 전 의원의 녹음 자료를 뉴욕타임스에 제공하여 국제사회의 공분과 연대를 불러일으킨 일화도 그의 숨겨진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1987년 국내 복귀 후에는 부친의 정치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치 광고·기획업체 '평화기획'을 창설했다. 이후 1995년 설립한 '밝은세상'을 통해 1997년 대선에서 과학적 여론 분석과 혁신적인 홍보 전략으로 정권 교체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당시 인기 음악 그룹 'DJ DOC'의 곡을 개사한 'DJ와 함께 춤을' 선거 광고는 그의 작품으로,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국민의 정부 후반기에는 권력형 부패 사건에 연루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생활을 겪기도 했다. 2007년 재보선에 당선되어 제17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부친의 사상과 유산을 보존하는 일에 여생을 바쳤다. '재단법인 김대중기념사업회(현 김대중재단)' 창립을 주도했으며, 2019년 이희고 여사 별세 후에는 유지를 받들어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김 전 대통령의 평화·인권·화해협력 사상을 계승하는 데 매진했다.

센터 측은 "고인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조심스러운 품성으로 일반 대중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용히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는 삶을 살았다"며 "부친의 영예 뒤에서 모든 시련을 함께 감내했던 아들이자, 민주주의를 향한 험난한 길의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였다는 것이 주변의 일관된 평가"라고 전했다.

유가족으로는 부인 신선련 씨와 두 아들 종대, 종민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설치되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진행되며 김대중평화센터와 김대중재단이 공동 주관한다. 장례위원장은 남궁진 전 문화부장관, 집행위원장은 배기선 김대중재단 사무총장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