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정권 창건 77주년 기념일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전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화답하는 서신을 발송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전했다. 북중 양국 관계가 최고 지도부 차원에서 복원 궤도에 올랐음을 내외에 알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자 서신에서 이달 초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시 주석과 회동한 것을 "의미 깊은 만남"으로 표현하며 "중국 지도부와 인민들의 일관된 지원과 특별한 우정의 마음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역사를 지닌 조중 친선 유대 관계를 현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한층 더 공고화해 나가는 것이 조선로동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흔들림 없는 방침"이라고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중국 동지들과 더불어 사회주의 이상을 구현하는 공통된 노력 가운데 조중 우호관계를 더욱 역동적으로 발전시켜 양국 국민들에게 한층 큰 혜택을 안겨다 주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김 위원장이 중국 인민들의 제14차 5개년 계획 성공적 완료와 현대화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한 여정에서 더 큰 성취를 이뤄내길 희망한다고 덧붙인 것이다. 이는 중국의 발전상을 적극 지지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전한 이번 서신은 499자 분량으로, 작년 336자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다. 특히 작년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협력', '유대' 등의 표현들이 재등장하면서 한때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의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서신은 북한 주민들이 읽는 노동신문 1면에 게재되어 북중 관계 정상화를 대내적으로도 과시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서신을 보낸 같은 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핵무기 보유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반면, 남한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북러 군사협력 강화로 인해 냉각됐던 북중 관계는 올해 들어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과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라는 이중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