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간 비밀회동 의혹을 적극 제기해온 지 나흘째, 해당 논란에서 한발 물러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9일 라디오 출연에서 "의혹 당사자들이 일제히 부인하고 나섰다"며 "최초에 거론하신 분께서 해명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지난 5월 국회 법사위에서 관련 의혹을 질의한 서영교 의원이 지목됐는지, 아니면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를 가리킨 것인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다. 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특검이 수사하면 제보자들이 나가서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음성 파일 관련해서는 열린공감TV에 문의하라"며 해명 책임을 유튜브 채널 쪽으로 넘겼다.
정청래 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를 거듭 촉구했지만, 그간 꾸준히 언급해왔던 회동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대신 "사법부 내부 비판과 국민적 불신은 조 대법원장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라며 "본인이 결자해지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그는 지난 17일 "내란 특검은 충격적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본질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지연과 이재명 당시 후보 파기환송심"이라며 회동 의혹의 진위 공방보다는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당내에서는 근거가 부족한 의혹 제기로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 다선 의원은 "강하게 문제 제기해놓고 팩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조희대 정치개입이나 지귀연 늑장재판처럼 명분 있는 이야기의 큰 틀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런 행보를 두고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청래 대표와 서영교·부승찬 의원, 유튜버 김어준씨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제1호 적용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면책특권 뒤에 숨어 허위 날조를 퍼뜨린다"며 맹공을 이어갔다.
나경원 의원은 법사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면책특권을 악용해서 짓거리하고 있다"며 "의원직 사퇴할 정도의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주 초 서영교, 부승찬 의원을 경찰에 형사 고발하고 국회 법사위에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해당 의혹을 처음 방송한 열린공감TV는 당시 "얽히고 설킨 풍문과 밝힐 수 없는 취재원의 진술을 토대로 했다"며 확인되지 않은 설 수준임을 인정한 바 있다. 민주당은 회동 의혹과는 별도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담은 내란특별법 상정에 속도를 내며 사법개혁 추진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