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3일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3대 특검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추가 논의키로 했다. 법원행정처가 해당 법안에 대해 헌법적 문제점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제출된 심사자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사무분장이나 사건배정에 대한 법원의 배타적 권한은 사법독립의 핵심"이라며 "외부기관이 판사를 지명하는 것은 개별 사건의 사무분담·사건배정에 개입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사법독립을 침해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피고인들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시 재판이 중단되는 등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겨 오히려 법안 제정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대응특별위원회가 18일 발의한 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의 핵심은 서울중앙지법에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해 3대 특검 사건들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가 1대1로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일주일 내에 위촉하는 방식이다. 기존 내란특별재판부 법안과 달리 후보추천위에서 국회 몫은 제외하고 법무부 1명, 법원 4명, 대한변호사협회 4명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안소위에서 "최근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와 동일하게 위헌적 요소가 존재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특히 후보자 1대1 추천 관련해서는 "추천위가 제시한 1대1 후보를 그대로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명확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국회 전문위원들도 우려를 제기했다. 사전 심사자료에서 전문위원들은 "이 의원안은 1심 전담재판부 3개 후보자 9명, 2심 전담재판부 3개 후보자 9명을 추천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자를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법관추천위원회는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후보로 추천하고 있음을 감안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법조계에서는 1대1 추천 조항에 대해 외부 추천위가 재판부 구성을 미리 결정해두고 대법원장에게는 형식적 임명만을 강요하는 독소 조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관의 경우도 후보군을 3대1로 추천해 대법원장이 이 중에서 최종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인데, 이와 비교해 '형해화된 사법부'를 만드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졸속 심사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해당 법안이 18일 발의된 지 불과 5일 만에 소위로 회부되면서 법원행정처 의견이 심사자료에 포함되지 못했다. 법원 관계자는 "발의 후 며칠 만에 심사가 시작되니 의견서 제출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용민 법안심사1소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서는 토론이 있었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공청회부터 시작해 다양한 논의 절차들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위헌성 논란을 제기하며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민주당은 헌법 102조 3항을 근거로 위헌성은 없다며 내란관련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어 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법 개정안은 '새로운 검찰청'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민주당 수사기구'로서의 검찰청을 공수처를 통해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