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중·북 수뇌부 베이징 회동 가능할 것"

2025.09.19
빅터 차 "미·중·북 수뇌부 베이징 회동 가능할 것"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소장을 겸하는 빅터 차 한국석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이징 회동 가능성을 제기했다. 차 석좌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언론 간담회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경제연구원과 우리금융그룹이 공동으로 주관한 국제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면서 3자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확언을 피하면서도 "그가 이런 류의 극적이고 화제성 있는 외교 이벤트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APEC 일정 전후 중국 방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미 대화 전개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에 응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핵화 목표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 없이 평화협정 체결에 나선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비핵화 목표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정도의 제한적 조치만 취하고 그 댓가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비핵화라는 근본 목표가 형해화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7개 전쟁을 종료시켰다'고 자주 언급하는 점을 볼 때, 그의 다음 타깃은 한반도일 것"이라며 "한국전쟁 종료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북러 협력에 대해서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미일중 어느 국가도 북한과 러시아를 분리시킬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보유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제재 강화는 오히려 북한을 러시아 쪽으로 더욱 밀어붙일 뿐이며, 유인책을 제공한다 해도 북한이 러시아와의 유대를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차 석좌는 "북한은 제공되는 혜택을 모두 수용한 후에도 러시아로부터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러시아가 핵잠수함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며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게 되고, 생존력을 갖춘 핵 억제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구금 사건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과 투자 유치 정책이 충돌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단속을 미리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가 신속히 상황을 수습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의 긴급 방한과 한국 특화 비자 제도 신설 논의를 거론하며 "미국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차 석좌는 이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난처하고 시점상 불리한 상황이었기에, 한국이 보다 유리한 투자 협정을 협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위한 특별 비자 협정 협상 의지를 밝힌 것은 "그의 반이민 기조와 정면으로 상충하는 결정"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러한 트럼프의 방침에 많은 MAGA 지지층이 반발했지만, 트럼프는 '투자 유치가 필요하고 비자 추진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