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발표한 'END 이니셔티브'와 관련해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 간에는 우선 순위가 없으며 서로를 밀어주는 구조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이날 미국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브리핑을 통해 "이 세 가지 핵심 요소는 각각 독립적인 과정이지만 상호간 선후 관계나 우선 순위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매개로 하여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서로 긍정적 영향을 주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려 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END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반도 냉전 시대를 마감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책임을 다하겠다"며 "포괄적 대화로 한반도의 적대와 갈등 시대를 마무리하고 평화 공존과 공동 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이러한 원칙들은 과거 남북간 협정과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 선언에서도 중시되었던 내용"이라며 "포괄적 방법론을 활용해 한반도 이슈를 해결하고 국제 평화와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세계 앞에서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계 정상화'가 사실상 '두 국가론'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부는 두 국가를 지지하거나 승인하는 입장에 있지 않다"며 "남북 관계는 통일에 이르기까지 일시적인 특별 관계라는 남북기본합의서의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관계 정상화란 현재 극심한 긴장과 대결로 얽힌 남북 관계를 신뢰와 긴장 완화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라며 "이 과정을 교류로부터 시작하여 정상화 단계로 발전시키고, 최종적으로는 비핵화 진전을 견인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매우 소극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단기간 내에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도 "우리의 기본 방침은 이와 같으며, 여러 과정들이 상호 좋은 영향을 미치는 체계를 조성해 나가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비핵화 3단계(중단·축소·폐기) 방법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비핵화 3단계는 비핵화에 특화된 방법이고, END 이니셔티브는 비핵화를 아우르는 남북 관계 전체를 다루는 방법론"이라며 "둘은 상충하지 않고 상호 보완할 수 있으며, END가 보다 종합적인 남북 관계 접근법"이라고 부연했다.
북미 간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제가 파악한 바로는 북미 간에 특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며 "미국이 대화 의향을 보이고 있지만 양측 간 구체적인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의 반응을 살펴보면 남한보다는 미국에 대해 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의 END 이니셔티브에 공감을 표하며 이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위 실장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이 "지난 6월 취임 후 G7 정상회의부터 이어진 정상외교가 안정적 궤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추진력을 지속시켜 APEC 정상회의 등 하반기 정상외교도 성공적으로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