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무역협상에서 미측의 과도한 조건을 수용했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생존이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18일 발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측 제안에 동의했더라면 탄핵의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 협상진에게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실시된 이번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기금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사항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측이 현금 직접투자와 함께 수익의 90%를 가져가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농담으로 받아들인다"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미군은 현재도 무료로 기지와 토지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만약 미국이 소유권을 갖게 되면 재산세 납부 의무가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면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장에 대해서는 균형잡힌 접근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우리의 핵심 가치는 한미동맹에 기초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과 역사적 연관성, 경제적 결속, 인적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질서와 공급체계 안에서 미국과 동행하되, 중국을 적대화하지 않는 선에서 양국 관계를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며 "서구 세계가 이런 우리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가 양 강대국 간 충돌의 전면에 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북핵 해결 방안으로는 단계적 접근법을 재차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단순히 북한에게 핵개발을 포기하라고 압박만 한다면 과연 그들이 따를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현 수준의 압박이 지속된다면 북한은 오히려 더 많은 핵무기를 제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전면 수용이나 완전 거부의 이분법적 사고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중간 단계의 해법이 존재한다"며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위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중장기적으로는 군축과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며 "초기 단계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중지에 대한 상응조치로 일정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계적 비핵화 과정에서 부분적 제재 해제 협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을 사면한 결정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서는 "모든 사안에는 양면성이 있다"며 "여론의 분열을 예상했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대립과 갈등이 일상이 되어 내가 호흡하는 것조차 비난받는 상황"이라며 "이런 정치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