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배임죄 등 경제형벌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형사처벌 중심의 현행 제재 방식을 금전적 책임 위주로 전환해 기업 활동의 위축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최된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형사처벌 만능국가가 된 상황"이라며 "기업인들이 형사처벌로 인해 경영 활동을 주저하는 상황이 없도록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배임죄 문제에 대해 "한국에선 투자 판단을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며 "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는데 왜 이 정도밖에 못했느냐며 배임죄를 적용하는 식"이라며 "자유로운 판단과 결정이 기업의 본질인데 이런 식으로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처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를 예시로 들며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와 재판에 수년이 소요되지만 실무진은 잠시 구속된 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등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선진국처럼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사회적 비용은 절감하면서 기업에게는 더 큰 타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가 정신과 창의적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형사처벌 위주 제재를 혁신하고 금전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9월 중 배임죄 등에 대한 1차 개선안을 발표하고, 연말까지 후속 작업을 통해 1년 내 전 부처 경제형벌 규정의 30% 이상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구체적 방안으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선의의 경영자에 대해서는 형벌 완화와 금전적 책임 강화를 추진하고, 단순한 신고·보고 누락 등 경미한 사안은 과태료로 전환한다"며 "시정명령 등 행정계도를 먼저 실시한 후 그래도 개선되지 않을 때 형사처벌을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신산업 분야 규제개선 방안도 집중 논의했다.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AI가 얼굴을 보는 것이 뭐가 문제냐"며 "우리도 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다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정보 유출이나 악용 가능성 때문인데, 악용을 차단하는 연구를 해야지 악용 우려 때문에 원본 학습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 활용 문제에 대해서도 "음악저작물처럼 조직화된 경우는 협상이 가능하지만, 무작위로 수집하는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는 조직화된 곳이 극소수"라며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풀려면 결국 입법적 결단으로 기준선을 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거미줄같이 얽힌 규제를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목표"라며 "규제 개선 속도를 높이려면 추진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직접 주관하는 규제개혁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과 학계·전문가, 관련 부처 장차관 등 60여 명이 참석했으며, AI 데이터 활용 규제 합리화, 자율주행·로봇산업 규제 개선, 경제형벌 합리화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