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올해 11월 네 번째 우주 여행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발사 전 최종 검증시험은 2년 6개월 만에 재개되는 누리호 발사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됐다.
이번 추진제 충전·배출 사전시험에서는 실제 발사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영하 183도의 극저온 액체산소를 발사체에 주입하여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철저히 검증했다. 높이 47.2미터의 발사체가 발사대에 우뚝 선 가운데, 엄빌리컬타워를 통해 연료와 산화제가 공급되는 전 과정이 실전과 같은 긴장감 속에서 수행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발사가 민간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 전과정을 총괄하는 첫 사례라는 것이다. 기존에 단순 조립업무에만 참여했던 한화는 이제 구성품 관리부터 전기체 조립까지 모든 제작단계를 주도하며 우주산업의 민간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항우연으로부터 240억원 규모로 이전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결과다.
발사체에 탑재될 위성의 규모도 대폭 늘어났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포함해 총 1040킬로그램의 탑재체가 실리는데, 이는 이전 발사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중량이다. 국내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개발한 큐브위성 12기가 함께 우주로 향하게 된다.
발사 시간대도 기존과 달라진다. 주탑재위성의 오로라 관측 임무 특성상 새벽 0시 54분부터 1시 14분 사이에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이는 위성이 태양동기궤도에서 북극 극야지역을 통과하며 최적의 관측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발사 준비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구축된 하이드라진 충전설비도 활용된다. 독성이 강하지만 위성 추진체로 널리 사용되는 하이드라진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20억원 규모의 설비가 완공되어 중형위성 운용능력이 한층 강화됐다.
사전시험 결과 분석을 거쳐 오는 26일 발사관리위원회에서 정확한 발사일정이 확정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 첫 발사이자 민관협력 체계의 시험무대가 될 이번 발사는 한국 우주산업이 뉴스페이스 시대로 진입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2027년까지 5차, 6차 발사가 연속으로 계획되어 있으며, 6차부터는 한화가 순천에 건설 중인 조립장에서 제작된 발사체가 해상운송을 통해 나로우주센터로 이송되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된다. 이를 통해 누리호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우주발사 역량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