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법 하위법령 공개…'산업 진흥 우선, 필요 최소 규제' 기조 확정

2025.09.17
AI 기본법 하위법령 공개…산업 진흥 우선, 필요 최소 규제 기조 확정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기본법의 세부 운영 방안을 담은 하위법령 초안을 17일 공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중구에서 열린 설명회를 통해 시행령과 고시 2건, 가이드라인 5건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며 "AI 산업 육성에 중점을 둔 필요 최소한의 규제"임을 강조했다.

이번 하위법령의 핵심은 규제보다 진흥에 무게를 둔 점이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AI 분야의 빠른 변화 속도를 고려해 가능한 한 유연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며 "글로벌 3강을 목표로 하는 만큼 산업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와 고영향 AI를 활용한 서비스에는 이용자 사전 고지 및 결과물 워터마크 표시 의무가 부과된다. 다만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워터마크도 허용하기로 했다. 기업 내부 업무용 활용이나 AI 사용이 명백한 경우에는 해당 의무가 면제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고영향 AI' 기준의 구체화다. 에너지, 보건의료, 교통, 교육 등 10개 분야에서 생명·신체·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운전자 개입이 있는 레벨3는 제외되지만, 완전 자동화된 레벨4부터는 고영향 AI로 분류된다. 해당 사업자는 위험 관리 방안과 이용자 보호 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누적 연산량이 10의 26승 이상인 초거대 모델은 '고성능 AI'로 구분되어 별도의 안전성 확보 의무를 진다. 이는 미국 기준과 동일한 수준으로 EU보다 완화된 기준이다. 현재 국내에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모델이 없지만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AI 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전년도 매출액 1조원 이상이거나 AI 서비스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외국 기업은 국내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오픈AI, 구글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과태료 부과에는 최소 1년 이상의 계도 기간을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위반 사항이 발견되더라도 과태료 대신 시정명령과 컨설팅으로 대체된다. 사실조사 역시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경우나 부당한 목적의 민원에 대해서는 생략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번 하위법령이 유럽연합이나 미국의 최소 공통 기준을 반영한 것이라며 "다른 국가보다 앞서 강한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9월 중 산업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10월 입법예고를 거쳐 연내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고영향 AI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 접근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조율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