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5년 뒤에도 우리가 온종일 컴퓨터 화면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까요?" 김경진 한국델테크놀로지스 총괄사장이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델 테크놀로지스 포럼 2025' 개막 연설에서 제기한 핵심 화두다. 그는 인공지능 혁신 속도를 '스피드 경쟁'으로 표현하며 개인과 조직 모두 변화의 물결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 총괄사장은 AI 발전 속도가 기존 혁신 사이클을 완전히 뛰어넘었다고 진단했다. 매주마다 새로운 모델들이 출현해 기존 성능 기준을 갱신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화면을 보며 데이터를 처리하는 전통적 업무 방식은 머지않아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AI와 인간이 경쟁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으며, 더욱 신속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의료·제조업·운송·화학·생명공학 등 거의 모든 산업 영역이 AI 전환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처럼 사람이 선을 그어가며 모니터를 통해 전략을 구상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는 드론과 AI가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을 내려 실행에 옮기는 시대"라는 그의 설명에서 AI 인프라 구축과 운영이 개인·기업·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본사의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서 전달됐다. 마이클 델 회장은 화상 인사말을 통해 "머지않아 전 세계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의 75% 이상이 엣지에서 처리될 전망"이라며, 델이 AI 팩토리와 에이펙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지능형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제공할 준비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AI 혁신은 접근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나선 유상모 델테크놀로지스 코리아 부사장은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적 과제들을 조명했다. 그는 "AI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며 국내 조사 결과 87%의 기업이 산업 전반의 변화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데이터 폭증에 대응하는 데이터센터 혁신, PC 레벨에서 직접 구현되는 AI 확산, 복수 AI가 협력하는 에이전트AI의 등장을 주요 변화 흐름으로 제시했다.
비벡 모힌드라 델 테크놀로지스 수석부사장은 보다 구체적인 해법을 제안했다. 그는 "전 세계 다수 기업이 AI로 인한 가속화된 변화 속도를 인식하고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내부 역량을 갖춘 조직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이미 생성형 AI 여정의 중간 단계를 지나고 있다"며, AI를 데이터에 근접한 위치로 이동시켜 워크로드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아키텍처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힌드라 수석부사장은 "44%의 기업이 2025년 핵심 IT 과제로 'AI를 위한 데이터 준비'를 지목했다"며 데이터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확장성과 복원력을 갖춘 미래 대응형 인프라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용 상승, 라이선스 모델 변화, 클라우드 비용 증가, 워크로드의 급격한 변화 등에 대응하려면 데이터센터 현대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엘리스그룹 김재원 CEO와 수퍼톤 이교구 CEO 등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해 AI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김재원 CEO는 GPU 공급 부족 상황에서 3개월 내 구축 가능한 AI 특화 모듈러 데이터센터를 소개하며 온프레미스와 퍼블릭 클라우드 사이의 새로운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이교구 CEO는 청중과 함께 진화하는 음성 AI 기술을 시연하며 기술과 창의성의 융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시장에서는 인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AMD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 삼성SDS, 카카오클라우드 등 국내 기업 40여 곳이 참가해 AI·클라우드 솔루션을 선보였다. 특히 이노그리드는 이테크시스템과의 협업을 통해 델 스토리지와 연계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탭클라우드잇'의 최신 기능과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포럼에는 업계 관계자, 고객사, 파트너사, 학생 등 1만여 명이 참석해 AI·데이터센터·모던 워크플레이스로 구분된 27개 세션과 솔루션 전시를 통해 최신 인프라 전략과 AI 활용 방안을 직접 체험하며 활발한 교류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