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서울대, 나노코팅으로 뇌 전극 수명 3배 연장 성공…"염증 반응 대폭 감소"

2025.09.16
KIST-서울대, 나노코팅으로 뇌 전극 수명 3배 연장 성공…"염증 반응 대폭 감소"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국내 연구진이 뇌에 삽입되는 전극의 지속 시간을 기존 한 달에서 석 달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혁신적인 표면 처리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융합연구단 성혜정 선임연구원팀과 서울대학교 박성준 교수팀의 공동 연구진은 뇌 삽입용 전극의 지속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나노 수준의 표면 개질 기술을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성과는 뇌 내부의 전기적 활동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뇌질환 해결을 위해서는 신경세포들이 교환하는 전기적 신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종전의 전극 시스템은 삽입 이후 약 30일이 경과하면 조직 내 염증 반응과 반흔 형성으로 인해 신호 품질이 현저히 저하되어 장기적 관찰과 치료 응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다.

연구진은 경직된 실리콘 소재를 대신해 신축성이 뛰어난 플라스틱 재료를 채택함으로써 뇌조직에 가해지는 물리적 충격을 최소화했다. 동시에 전극 표면에 100나노미터 두께의 특별한 막을 형성시켜 내구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모발 굵기와 비슷한 수준의 극세 전극은 신경세포의 실시간 활동 기록뿐만 아니라 약물 투여 기능까지 겸비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특수 막이 뇌척수액과 접촉할 때 팽창하여 단백질 및 면역세포의 흡착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염증성 반응과 섬유화 과정을 억제하며 전극과 신경조직 사이의 안정적인 접촉 상태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검증에서 새로운 전극은 기존 제품 대비 염증성 반응을 60% 이상 감소시키고 신경세포 생존율을 85% 향상시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더불어 시간 경과에 따른 뇌 신호의 명확성을 나타내는 신호 대 잡음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장기간에 걸친 믿을 만한 뇌파 측정이 실현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번 기술 개발은 퇴행성 뇌질환의 장기 추적 연구를 위한 기반을 제공하는 동시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의 실용화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심혈관 스텐트, 인공 관절 등 각종 체내 삽입형 의료 장치의 안전성과 효율성 향상에도 적용 가능해 의료기기 분야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향후 재활치료 모니터링, 정신건강 관리, 뇌질환 진단 등 뇌 삽입 전극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여러 이식형 의료기기에 이 코팅 기술을 확대 적용하여 산업적 가치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성혜정 박사는 "기존 전극이 갖고 있던 수명상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하여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인 신경 신호 확보가 현실화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연구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터리얼즈'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