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여 명의 열광적인 관중들 앞에서 손흥민(33·LAFC)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산호세 어스퀘이크스와의 MLS 정규리그에서 손흥민은 개시 53초 만에 시즌 2호 골을 작성하며 LAFC의 4-2 대승을 이끌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손흥민은 눈부신 속도의 번개골을 터트렸다. 마르코 델가도의 침투 패스를 전달받은 아르템 스몰랴코우가 좌측 측면에서 정교한 그라운드 크로스를 올렸고, 절묘한 타이밍으로 침투한 손흥민이 우측 발 안쪽으로 침착하게 골문을 흔들었다. 골 직후 손흥민은 양손으로 카메라 모양을 그리는 트레이드마크 '셔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MLS 공식 SNS에서는 손흥민이 54초 만에 득점을 기록했다고 소개하며 "손흥민은 단 한 순간도 허비하지 않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는 손흥민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빠른 득점으로, 2020년 토트넘 시절 웨스트햄전에서 45초 만에 기록한 최단시간 득점에 이어지는 기록이다.

지난달 댈러스전에서 프리킥으로 MLS 데뷔골을 성공시킨 손흥민은 이번 산호세전에서 첫 필드골을 완성했다. LAFC 합류 후 5경기에서 2골 1도움 1페널티킥 획득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A매치에서도 미국전(1골 1도움)과 멕시코전(1골)에서 연속 득점하며 3경기 연속골의 맹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에서 데니스 부앙가의 해트트릭이 나오며 LAFC가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이 상대 수비진의 주의를 끌며 공간을 창출하자, 투톱을 구성한 부앙가가 자유롭게 득점 기회를 살릴 수 있었다. 손흥민은 18일 레알 솔트레이크와의 다음 경기를 대비해 후반 35분 교체되었다.

관중 동원 측면에서도 손흥민 효과가 확실히 드러났다. 산호세는 기존 홈구장인 페이팔파크(1만8000석) 대신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홈구장인 리바이스 스타디움(6만8500석)에서 경기를 개최했다. 멕시코 독립기념일을 앞둔 시점과 손흥민의 출전 소식이 맞물리며 5만978명의 관중이 몰려 산호세 구단 홈경기 최다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해트트릭 주인공인 부앙가가 경기 MVP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후 중계 카메라는 손흥민에게 집중됐다. 토트넘 시절 유럽 대륙을 오가며 긴 이동거리로 고생했던 손흥민은 이제 미국 내 이동으로 시차 적응 부담이 사라져 더욱 안정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팬들도 손흥민의 새로운 도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쿠팡플레이와 스포티비가 각각 LAFC 전 경기 중계권을 확보해 한국어 해설과 함께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팡플레이는 장지현 해설위원과 양동석 캐스터가, 스포티비는 SPOTV Prime 채널을 통해 중계를 진행한다.

MLS라는 새로운 무대에서도 변함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손흥민은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진출을 택한 이유를 경기력으로 입증해 나가고 있다. LAFC는 현재 서부 컨퍼런스 5위(승점 44)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