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노안고등연구센터가 개발한 혁신적 안약이 노안 환자들의 시력을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결과를 보였다고 14일 발표됐다. 지오바나 베노치 센터장 연구진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제34차 유럽백내장·굴절수술학회에서 이같은 임상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특수 점안액은 녹내장 치료에 활용되던 필로카르핀과 항염증제인 다이클로페낙을 결합한 복합제다. 필로카르핀 성분은 동공을 축소시키고 모양체근을 수축시켜 근거리 물체에 대한 초점 조절 능력을 강화한다. 이는 카메라 렌즈 조작과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다이클로페낙은 필로카르핀의 장기 사용으로 인한 염증, 통증, 출혈 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임상실험은 평균 연령 55세의 환자 76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피험자들은 기상 직후와 6시간 후 하루 2회 점안했으며, 필요시 추가로 1회 더 투여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자들은 필로카르핀 농도에 따라 1%, 2%, 3% 그룹으로 분류되어 각기 다른 제형을 사용했다.

실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1% 농도 그룹 148명 중 99%가 예거 차트에서 2단계 이상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2% 농도 그룹 248명의 69%와 3% 농도 그룹 370명의 84%가 각각 3단계 이상의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 전체 환자의 83% 가량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근거리 시야 개선을 달성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개선 효과가 장기간 유지된다는 것이다. 환자들의 향상된 시력은 평균 434일간 지속됐으며, 일부에서는 최장 2년까지 효과가 이어졌다. 연구진은 노안의 중증도에 따라 최적의 필로카르핀 농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경증 환자는 1% 농도에서, 중등도 이상 환자는 2-3% 농도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부작용 측면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가장 빈번한 이상반응은 일시적 시야 흐림으로 32%에서 관찰됐고, 점안시 자극감(3.7%)과 두통(3.8%) 등이 경미하게 나타났다. 안압 상승이나 망막 박리 같은 심각한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치료를 중단한 환자도 없었다.

베노치 센터장은 "기존의 돋보기나 수술적 치료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거의 모든 임상 참여자가 안약 치료에 만족감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안경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의존도를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수준의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 부르크하르트 딕 교수는 "인상적인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표준 치료법으로 권고되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전성 확보를 위한 광범위한 추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진은 현재 안약의 생리학적 작용기전 탐구를 위한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