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계 최고 특화 AI' 개발에 본격 승부수…강소기업 중심 기술패권 경쟁 가세**

2025.09.15
**정부, 세계 최고 특화 AI 개발에 본격 승부수…강소기업 중심 기술패권 경쟁 가세**

정부가 전문 영역에서 글로벌 최상급 수준의 인공지능(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에 나서며 국제 기술 패권 경쟁에 본격 동참한다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15일 서울 엘타워에서 진행된 사업 브리핑을 통해 350억원 규모의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이날 현장에는 삼성SDS, 마키나락스, 와이즈넛, 딥노이드를 포함해 기존 '국가대표 AI' 사업에서 최종 선정되지 않았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코난테크놀로지, 루닛, KT, 카카오, 사이오닉AI 등의 담당자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 BC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업계와 CJ대한통운, 야놀자 등 다양한 산업 분야 관계자 100여명이 모여 프로젝트의 주목도를 확인시켰다.

핵심 지원 내용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팅 자원 제공이다. 최종 선발될 2개 팀에게는 각각 엔비디아 'B200' GPU 256장이 현물로 지원되며, 인력이나 데이터 등 기타 형태의 지원은 배제하고 순수하게 GPU 인프라만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정부가 제공하는 GPU 자원 가치에 상응하는 민간 부담금 조달을 의무화했으며, 참여 기관은 기업 규모와 모델의 오픈소스 공개 여부에 따라 차등 책정된 비용을 현금과 현물로 분담해야 한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과장은 이번 사업의 목적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화 모델 확보에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이 글로벌 표준 대비 95% 이상 성능을 목표로 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특정 전문 영역에서만큼은 전 세계 1위를 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구글의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나 법률·금융 전문화 모델이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서비스 개발이 아닌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자체에 집중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기존 모델을 부분 조정하는 '파인튜닝' 방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처음부터 모델을 설계하거나 기존 범용 모델에 대규모 데이터를 사전학습 시키는 방식만 허용한다. 특정 분야 활용 목적상 낮은 환각(허위 정보 생성) 발생률이 중요하며, 사전학습 단계부터 정제된 고품질 데이터로 학습하는 '프롬스크래치' 방식이 높은 신뢰성과 정확도를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참여 자격 조건에서 파격적인 제한 사항을 도입했다. 기존 독자 AI 모델 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참여 중인 네이버, SK텔레콤, LG AI연구원, NC AI, 업스테이지 등 5개사는 이번 사업의 주관기관 자격에서 배제된다. 역량 분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특정 대기업이 모든 것을 주도하기보다 기술력 보유 중소·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 학계가 주관이 되어 대기업과 협력하는 모델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기업은 주관이 아닌 참여기관으로만 합류할 수 있으며, '대학의 필수 참여'를 의무화했다. 산업계의 엔지니어링 역량과 학계의 연구 역량을 결합하고, 국내 학생들이 대규모 GPU 자원을 다루는 경험을 축적하게 하려는 취지다. 국내 학생들이 해외 인력에 비해 대규모 GPU 클러스터 경험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일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팀장은 엔비디아 'B200' GPU 1장의 월간 사용 가치를 660만원으로 산정했다고 발표했다. 총 사업 기간은 11월부터 내년 9월까지 약 10개월로, 내년 3월까지 1단계 수행 후 단계 평가를 거쳐 2단계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개발 모델을 상업용으로 사용하되 오픈소스로 공개할 경우 대기업 10%, 중견기업 6%, 중소기업 5%의 부담 비율이 적용되며, 민간 부담금 중 현금 부담 비율도 기업 규모별로 차등 적용된다.

데이터 확보 책임은 전적으로 참여 기관에 있다. 모델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는 민간 부담으로 직접 구매하거나 자체 보유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며, 컨소시엄 구성 시 데이터 보유 기업을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특정 산업 분야를 미리 지정하지 않고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풍부한 데이터와 개발 경험을 보유한 기업의 컨소시엄 구성 능력을 중점 평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참가팀에게는 개발 분야나 목표 성능치, 서비스 종류 등을 자율적으로 제시하도록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대신 개발된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해 국내 AI 생태계 전반에 기여해야 한다. 프로젝트는 5개월 단위의 2단계로 진행되며 중간 평가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팀은 탈락할 수 있다. 평가는 서류뿐 아니라 실제 모델의 구현 결과를 직접 시연하고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다음 달 13일 오후 3시까지 참여를 희망하는 국내 AI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10월 중 평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솔트룩스, 코난테크놀로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트릴리온랩스, 투모로로보틱스, 루닛 등 독자 AI 모델 프로젝트에 도전했던 AI 강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의료·제조·로봇·국방·법률 등 산업 특화 버티컬 AI 모델 개발을 통한 국가 AI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