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계·AI업계 갈등 속 범창작자협의체, 통합가격모델·데이터센터 구축방안 발표"

2025.09.15
"창작계·AI업계 갈등 속 범창작자협의체, 통합가격모델·데이터센터 구축방안 발표"

인공지능(AI) 기업들이 학습과정에서의 저작권 침해 면책을 요구하는 'TDM(텍스트·데이터 마이닝) 면책'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창작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AI 기술발전을 위한 규제완화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저작권자의 기본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범창작자정책협의체(황선철 대표)는 창작업계와 AI산업계 간 균형잡힌 해결책 마련을 위해 지난 11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15일 발표했다. 협의체는 ▲AI학습 관련 저작권 보호기준 정립 ▲AI학습 허가신청 실제사례 검토 ▲AI업체들이 용이하게 저작물 접근 및 허가를 받을 수 있는 통합허가(요금) 시스템과 통합데이터센터 운영계획 수립 등을 핵심 의제로 다뤘다.

첫 번째 의제인 'AI학습 관련 저작권 보호기준 정립'에서는 모든 참여단체가 이견없이 합의를 이뤘다. 협의체는 AI학습 목적의 TDM 면책조항과 한시적 면책조항 신설을 포함해, 어떤 형태로든 저작권을 면제하는 법률 제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또한 창작업계의 동등한 가치인정과 저작물 활용대가 책정시 공평한 보상시스템 구축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다.

두 번째 의제인 'AI학습 허가신청 실제사례 검토'에서는 일부 활용자들의 복잡한 절차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으나, 실제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신청과 계약을 완료한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히 생성형 AI업체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간 체결된 계약은 전세계 첫 사례로서, 최초 계약임에도 예상보다 절차가 간소했으며 양측 간 논의도 신속히 진행되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성공한 모범사례로 평가됐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계약체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부 업체들이 실제로는 계약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거나, 논의과정에 진정성 있게 참여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협의체는 이를 토대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진다면 허가절차는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각 단체별 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해 절차개선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 의제인 'AI학습 허가요금 모델 및 관리시스템 도출'이 이번 회의의 중심 논의사안으로 다뤄졌다. 협의체는 분야특화형 AI는 해당 권리자단체와의 개별논의·계약 방식을 지속하되, 다종 저작물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범용 거대언어모델(LLM) 등에 대해서는 권리자단체 간 협의를 통한 '통합가이드라인형 요금모델'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매출연동형 구조를 근간으로 하면서 최소보상 기준선을 확정하고, 저작물의 특성과 품질·활용량 등을 고려한 '저작물별 가중치 시스템'을 병행하여 합리적이며 공정한 산식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이를 통해 권리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확보하면서도, 활용자에게는 과중한 부담을 주지 않는 조화로운 체계를 구현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AI와 저작권 관련 논의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저작물별 요금을 놓고 권리자와 활용자 간 격차가 여전히 상당하며, 활용자 그룹 내부에서도 견해가 분분하다는 현실이다. 협의체는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해 매출연동형 구조 하에서 초기단계에서는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여 특히 중소규모 AI업체의 부담을 경감하고, 향후 성공적인 모델개발시 그 성과가 창작자에게 적절히 돌아가는 구조를 제시했다.

또한 활용자가 적정한 수준의 저작권 사용료를 납부하면서도 권리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플랫폼업체의 수익분배 구조를 참조하여 제도를 설계했다. 협의체는 이런 산식모델이 궁극적으로 권리자와 활용자 양측의 지속가능한 상생을 실현하는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명시했다.

단, 계약이 없는 저작물은 학습에 사용할 수 없다는 '사전계약 원칙'을 명문화하고, 모델이 이전·재활용될 경우 동일조건을 계승하도록 하는 조항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이런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공동연구용역을 진행하여 요금모델과 가중치 산정기준을 확립하고, 이를 근거로 권리자단체 간 가이드라인 합의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권리자 저작물을 활용자가 용이하게 검색·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건설방안도 검토에 나섰다.

협의체 관계자는 "AI발전과 창작생태계 보호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균형있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저작권자의 권리를 외면한 채 진행되는 무허가 학습은 결국 저품질 결과물만을 생산하는 'Garbage In, Garbage Out' 구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작권자가 먼저 나서서 활용자 편의를 도모하려 노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더욱이 권리자들 간에도 수익분배를 놓고 이견이 있을 수 있음에도 상생을 위해 서로 양보하며 해법을 찾으려는 것은 아마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사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창작자정책협의체는 음악, 영상, 웹툰, 사진, 미술 등 국내 주요 창작자·권리자단체들이 참여한 협의체로, 창작자 권익보호와 제도개선을 위해 상시적인 논의구조를 마련하고 정부·정당과의 공식 소통채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