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순살메뉴 중량 축소와 美 첫 매장 리뉴얼로 변화 가속화

2025.09.16
교촌치킨, 순살메뉴 중량 축소와 美 첫 매장 리뉴얼로 변화 가속화

치킨 프랜차이즈 대형 브랜드 교촌치킨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큰 변화를 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순살 주력 상품의 구성과 분량을 조정하는 실질적 요금 인상에 나섰고, 해외에서는 미국 진출 거점인 LA 매장을 대대적으로 새단장하며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11일부터 순살 핵심 메뉴들의 제조법을 전면 개편한 신상품 판매에 돌입했다. 기존 상품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닭고기 부위 구성부터 요리 방식, 무게까지 전부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금까지 닭다리살만으로 제작하던 순살 메뉴에 닭가슴살을 섞어 사용하기 시작한 점이다. 조류독감 등으로 인한 특정 부위 조달 어려움이 주된 이유라고 회사 측은 해명했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상품 무게 감소다. 기존 700g이던 순살 치킨 무게가 500g으로 200g이나 줄어들었음에도 판매 금액은 종전과 동일하게 책정되었다.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우회적인 요금 인상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조리법 역시 가맹점에서 붓으로 소스를 발라주던 방식에서 소스를 버무린 후 튀기는 텀블링 방식으로 전환되어 맛과 식감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일부 가맹점에서는 새로운 순살 메뉴를 주문한 고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 점주는 "반품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이런 요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주목할 점은 치킨업계 빅3인 BBQ와 bhc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018년 교촌이 배달료 2000원 부과라는 우회 전략으로 가격 상승을 주도했을 때, 다른 브랜드들이 곧바로 동참해 업계 전체가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심각한 원가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작년 말부터 지속된 조류독감으로 국산 닭고기 공급량이 급감하면서 도매 단가가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포장재와 식용유, 마늘 등 부자재 비용도 함께 오르면서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bhc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의 경우 작년에 원가 상승분 350억원을 전액 본사가 부담했고, 또래오래는 지난달부터 치킨용 닭고기 규격을 11호에서 10호로 조정해 제품 중량을 100g 줄였다. 교촌 역시 7월에 국산 닭을 사용하던 윙 시리즈를 단종하고 태국산 닭을 활용한 윙박스를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BBQ와 bhc가 즉시 가격 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치킨은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인 데다, 정치권에서도 물가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라면 한 봉지가 2000원이나 한다"며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 메시지를 던진 이후,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식품산업협회에 가격 안정화 동참을 당부한 상황이다.

한편 교촌은 해외에서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LA에 위치한 미드윌셔점이 약 7개월간의 대규모 리뉴얼을 완료하고 15일 재개장했다. 2007년 교촌의 첫 해외 진출 거점이자 글로벌 사업의 상징적 공간인 이 매장은 한국 전통미를 담은 인테리어와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결합한 모델로 탈바꿈했다.

'교촌家'라는 콘셉트로 새롭게 꾸며진 매장에는 서울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교촌필방'에서 착안한 다양한 오브제들이 설치되었다. 대형 붓 조형물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진심과 정성을 나타내며, 꿀과 마늘, 청양고추 등 대표 소스 재료를 담은 레진 기둥들이 브랜드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운영 방식에도 혁신을 도입했다. 주방에는 자동 파우더 공급기와 협동조리로봇이 반죽과 튀김을 담당하고, 홀에서는 서빙 로봇이 음식을 배달한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면서도 일정한 맛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교촌의 프리미엄 수제맥주 '문베어'를 미국 매장 최초로 도입해 K-치맥 문화 확산에 나섰다. 서빙 로봇에도 문베어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해 개성을 중시하는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미드윌셔점은 글로벌 사업의 출발점이자 교두보 역할을 해온 의미 있는 장소"라며 "이번 리뉴얼을 통해 브랜드 가치와 첨단 기술을 동시에 구현한 차세대 매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물가 억제 노력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지만, 이런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구조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