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어스퀘어랩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 디지털 안정화폐 이체 실증사업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 초기 단계 기술 검증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도쿄에서 개최된 사업 완료 보고회에서 이같은 성과가 공유됐다.
이번 실증 과정에는 한국 측에서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케이뱅크와 함께 페어스퀘어랩, KDAC이 참여했으며, 일본 측에서는 프로그맷(Progmat), 데이터체인(Datachain), 쇼코추킨(상공중금)은행이 합류했다. 검증 방식은 원화를 원화 기반 안정화폐로 변환하여 블록체인을 통해 전송한 후, 일본에서 엔화로 재환전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프로젝트 팍스는 기존 금융 네트워크를 완전히 대체하지 않고 검증된 금융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안정화폐 샌드위치' 모델을 채택했다. 이 방식은 국경 간 결제에서 현지 법정통화를 디지털 안정화폐로 변환 후 블록체인을 통해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전송하고, 수신지에서 다시 현지 통화로 교환하는 구조다. 전통적인 대리은행 방식 대비 시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참여 금융기관들은 치밀한 검토를 통해 기존 외환업무 절차 개선방안을 도출했으며, 엄격한 금융 규제와 준법감시 요건의 적용 방안을 검토했다. 또한 적극적인 테스트를 통해 실증시스템의 기능성과 안정성 향상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술개발팀은 금융기관의 기존 시스템에 과중한 기술적·운영적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를 통해 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과 일반 기업들도 최소 비용으로 외환업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의 실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초기 단계 검증을 통해 전 세계 외환거래의 과반을 차지하는 은행간 외환거래(interbank FX)의 효율성 향상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입증했다. 대리은행을 경유하면서 발생하는 지연 문제를 해소하여 해외송금 처리시간 단축과 속도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있다. 현재 국내에는 안정화폐 관련 규제체계가 미비하여 국경을 넘나드는 외화표시 안정화폐 처리방식이 불분명하고, 실시간 환율변동 적용이라는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는 향후 규제기관과 금융기관 외환부문과의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숙제로 분류됐다.
후속 2단계 사업에서는 실제 SWIFT망 연동을 통한 실시간 상호운용성 검증, 아토믹 스왑(Atomic Swap) 기반 실시간 지급 대 지급(PvP) 구현, 은행간 외환거래와 무역결제 외에 일반 소액결제 및 송금 분야까지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준홍 페어스퀘어랩 대표는 "팍스 프로젝트는 양국 금융기관 간 신뢰와 협업으로 이룬 값진 결과"라며 "초기 단계에서 확인된 '단계적 발전' 모델과 '개방형 구조 가능성'을 바탕으로 2단계에서는 기술 완성도를 제고하고 활용영역을 확대해 실질적 디지털 금융 인프라 혁신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