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장관 "한미 협상은 밀고 당기는 과정…3500억 달러, 미국 독식 아냐"

2025.09.17
산업장관 "한미 협상은 밀고 당기는 과정…3500억 달러, 미국 독식 아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현재 교착상태를 보이는 한미 관세 후속협상에 대해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최종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16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협상 과정에서 책상을 치고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는 격렬한 상황이 벌어진다"며 "하지만 이는 동맹국으로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30일 기본 틀에 합의했으나,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의 구성과 운용방식을 둘러싸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지난 11~12일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세부 이행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대미 투자펀드가 미국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장관은 "미국이 모든 이익을 가져가는 불평등한 구조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1500억 달러 사업처럼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관세 25%를 감수하고 협상을 중단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미관계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10~20년 전 알던 미국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며 협상 지속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보다 먼저 5500억 달러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일본에 대해서는 "구속력 없는 MOU 형식으로 최대한의 국익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자동차 등 핵심 품목에서 경쟁국 대비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량 구금사태에 대해서는 "협상 첫 의제로 다뤄졌으며, 러트닉 장관이 'FIX'라는 표현을 쓰며 신속한 해결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측도 외국인 투자유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을 매우 곤혹스러워했다"고 덧붙였다.

조직개편으로 에너지 기능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것에 대해서는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며 "산업과 에너지가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다만 "정부 전체의 결정이니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새 부처에서 에너지 분야가 환경정책을 선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규 원전 건설 관련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된 대형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은 2035년 전력수요에 대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산업부 장관으로서 원전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석유화학업계 구조재편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이 예상보다 잘 진행되고 있다"며 "10월경에는 구체적인 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