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AI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개발한 신제품 RTX6000D에 대해 중국 내 주요 기술기업들이 구매 의사를 보류하거나 아예 주문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성능 측면에서의 한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AI 추론 작업에 특화되도록 설계된 RTX6000D는 약 5만 위안의 판매가격을 책정했으나, 중국 기업들은 해당 가격에 비해 성능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샘플 검증 과정에서 기존 RTX5090 모델에 비해 처리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실망감을 안겨줬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수출 제한 대상인 RTX5090이 여전히 비공식 유통망을 통해 구매 가능하며, 그 가격이 RTX6000D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중국 테크기업들은 굳이 신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기술회사들은 현재 RTX6000D 대신 H20 칩의 공급 재개나 차세대 제품인 B30A의 미국 정부 수출 승인 여부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H20의 경우 지난 7월 수출이 다시 허용되었음에도 실제 배송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로 남아있다.
이러한 시장 반응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낙관적인 전망과 상반된다. JP모건은 하반기 중 약 150만 개의 RTX6000D 생산을 예상했고, 모건스탠리는 200만 개 규모의 준비량을 점쳤지만, 실제 수요는 이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이번 주부터 RTX6000D의 본격적인 출하에 돌입했다고 발표했으나,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국산 반도체 활용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어 향후 판매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중국 당국은 최근 일부 대형 기술회사들을 소환해 외국산 AI 칩 구매 사유를 해명하도록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앞서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AI 산업은 엔비디아 제품의 유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의 자립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어, 그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